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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후지산만 구경? 관광객 많으면 뭐 하나…엔화 약세 불구 日 여행객 돈 안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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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이 보이는 일본 로손 편의점이 사진만 찍고 가는 관광객을 막기 위해 장막을 친 사건은 일본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관광지의 수용 범위를 초과한 관광객의 방문으로 지역주민의 삶과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의 상징과도 같다. 이는 일본이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세계 최고의 여행지 중 3위(1·2위는 미국·스페인), 아시아태평양 지역 1위라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여기다 엔화 약세가 더해져 일본을 찾는 해외 관광객은 늘었고 해외 관광객의 지출액은 사상 최고치다. 하지만 로손 편의점처럼 무료 관광지를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1인당 지출이 감소한 탓에 오버투어리즘 논란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조선비즈

일본 후지산의 시야를 가리는 장벽을 설치하기 몇 시간 전인 21일(현지 시각) 일본 후지카와구치코 마을에서 한 사람이 로손 편의점 길 건너편에서 후지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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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니혼게이자이신문)는 23일 일본 관광청을 인용해 1~3월 해외 관광객이 지출한 총액이 약 1조7500억 엔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52% 증가했다고 전했다. 연간 기준으로 올해 해외 관광객 지출액은 2023년 기록한 최고액(5조3000억 엔·46조 1688억3000만 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해외 관광객 1인당 지출액은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감소했다. 해외 관광객은 2022년 평균 23만4524엔(약 204만3000원), 2023년에 21만2764엔(약 198만3000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4분기 지출액은 20만8760엔(약 181만원)으로 지속해서 감소 중이다. 2015년 기록한 최고점부터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까지도 해외 관광객 1인당 지출액은 정체되거나 줄었다. 닛케이는 “상품 구매에 대한 관심 감소,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만족도 감소, 엔터테인먼트 등 선택권 부족 등이 작용한 결과”라며 “자연을 감상하는 관광이 늘어난 것도 또 다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엔화 약세도 한몫했다. 일본을 찾는 관광객 상당수가 저예산 여행자다. 2023년 1분기를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숙박비 지출은 증가했다. 식사비 지출 금액도 증가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비슷하다. 무엇보다 쇼핑액이 줄었다. 유럽, 미국에 비해 일본 관광의 약점인 오락과 서비스에 대한 지출은 규모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지출의 10% 미만이다. 해외 관광객은 숙박비에 예산의 상당 부분을 지출하고 있고 쇼핑, 오락, 여가 활동에는 그다지 지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편의점 샌드위치와 과자, 할인점에서 판매하는 음식 등 비교적 저렴한 품목이 해외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해외 관광객은 후지산 근처의 편의점,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철도 건널목, 교토의 신사와 상점가 등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곳에 주로 몰린다. 과거 엔화 강세로 일본인들이 미국과 유럽으로 몰려들 때 일부 가이드북이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짐이나 배낭을 무료로 보관해 주는 박물관을 이용하라고 조언했던 것을 해외 관광객이 사용하기 시작한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닛케이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술을 마시거나 마약을 복용하는 등의 젊은 남성 관광객을 제한하고 있고 하와이와 싱가포르는 해변 및 거리 예절을 위반할 경우 엄격하게 처벌한다”며 “가격이 저렴하고 제한이 덜한 일본은 규칙을 깨면서도 돈을 절약할 방법을 찾는 이들이 선택하는 목적지가 됐다”고 했다.

한편,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 4월 기준 304만명을 넘어 전년 동기보다 56.1% 증가했다. 엔화 약세 속에서 두 달 연속 30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1~4월 누적 방문객 수는 1160만 명 안팎으로 지난 3월 308만 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월별 방문객 수를 기록했다. 나라별로 보면 한국에서 온 여행자 수는 66만1200명으로 2019년 팬데믹 이전보다 16.7% 증가해 가장 많았고, 중국은 53만3600명으로 26.5% 감소했다.

정미하 기자(viv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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