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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미래는 커버드콜·한투는 밸류체인”… 나만의 색깔 찾아나가는 ETF 운용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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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순자산총액 기준 150조원 규모로 성장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조금씩 각 사를 대표하는 색깔을 찾아 나서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운용사별로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많지만, 그래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각 사만의 주력 ETF를 구축하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회사별 색깔이 뚜렷해지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과 운용사를 빠르게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선비즈

일러스트=챗GPT 달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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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이달 11일 상장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밸류체인 시리즈 ETF 4종을 지난 21일까지 9거래일간 1081억5000만원 규모로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국내 상장된 875개 ETF의 총 순매수액(9514억원) 중 11.37%를 차지하며 인기를 방증했다. 상장 첫날엔 ‘ACE 엔비디아밸류체인 액티브’ ETF는 설정액 80억원이 모두 완판되기도 했다.

엔비디아 밸류체인을 포함해 한투운용이 내놓은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애플 등의 밸류체인 액티브 ETF는 단순히 빅테크 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아닌, 해당 산업 생태계를 이루는 다양한 기업을 고르게 담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지난해 나온 ‘ACE 테슬라 밸류체인 액티브’ ETF와 함께 한투운용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부터 운용사들은 타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주력 ETF를 본격적으로 내놓았다. 한화자산운용이 지난해 1월 국내 방위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유일한 ETF인 ‘ARIRANG K방산Fn’을 출시하며 이같은 흐름이 시작됐다. 한화그룹이 방산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등을 갖고 있다는 점도 이 ETF의 인기에 득이 됐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해 4월 ‘AI반도체·2차전지 소부장’ ETF를 내고 같은 해 8월 자동차·의료기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시리즈를 잇달아 내놓았다. 소부장에 특화된 상품을 출시해 투자자들의 호응을 끌어냈고, 이에 신한자산운용은 최근 1년 사이 점유율을 1.3%에서 2.9%로 올리며 업계 8위에서 5위로 세 계단을 뛰어오를 수 있었다.

올해는 한투운용의 ‘밸류체인’ ETF 시리즈와 함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커버드콜’ ETF를 주력 상품으로 미는 모습이다. 커버드콜 ETF는 ‘콜옵션’(특정 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팔아 이익을 얻고, 이 ‘옵션 프리미엄’을 주식 수익에 더해 배당금을 늘리는 전략이다.

미래에셋운용이 지난해 출시한 ‘TIGER 미국배당+7% 프리미엄다우존스’는 올해 개인 순매수액 규모가 2868억원으로 가장 큰 커버드콜 ETF다. 미래에셋운용이 올해 출시한 8개 ETF 중 3개가 커버드콜 상품인데, 오는 25일에도 나스닥100 지수에 투자하면서 연 15% 수준의 분배금을 지급하는 ‘TIGER 미국나스닥100+15%프리미엄초단기’ ETF가 출시될 예정이다.

운용사마다 특성이 있는 상품이 만들어지면 고객 입장에서는 원하는 투자 분야의 ETF를 직관적으로 빨리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동시에 운용사는 해당 테마에 대한 시장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주력 ETF 상품이 만들어지는 것은 투자자의 투자 욕구가 더 세분화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러한 상품을 출시해야 운용사들도 고정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점 과정까지 비슷한 상품이 우후죽순 나오고, 과장 광고도 부작용으로 뒤따를 수 있어 투자자가 스스로 상품 경쟁력을 잘 따져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커버드콜 ETF의 경우 지난해 미래에셋운용이 당시 가장 높은 7%의 옵션 프리미엄을 제시해 시장 선점에 성공했지만, 올해 10~15%의 옵션 프리미엄이 붙은 ETF가 삼성·한투운용 등에서 나왔다”며 “상품 차별화 포인트를 더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정아 기자(jenn1871@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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