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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3 (목)

푸틴 방중이 보여준 중·러 밀착…“러시아 물밑 여론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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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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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두고 세계 질서 재편을 목표로 한 중·러 간 결속이 한층 심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중국이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를 이어가면서,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중에서 실질적으로 얻은 게 많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서방의 압력에 맞서는 두 독재자 간 연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알리샤 바출스카 유럽이사회 중국 외교정책 전문가는 “푸틴과 시진핑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그들이 실존적 적으로 인식하는 미국과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맞서 싸우는 것”이라며 “중국은 (러시아 지원 문제로) 서방과 긴장을 겪고 있지만, 이 긴장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접근하는 방식에 어떤 종류의 질적 변화로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지난 17일 하얼빈공대 방문은 중·러 간 군사적 유대를 더욱 강화하는 행보로 해석됐다. 중국 내 군사기술 개발 거점대학인 하얼빈공대는 미사일 개발에 미국 기술을 사용하려 한 혐의로 미국 상무부 제재대상 명단에 올라와 있다. 이 대학은 푸틴 대통령의 모교인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과 공동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중단하라고 서방이 압력을 가하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은 오히려 중국의 군사기술과 중·러 협력을 상징하는 곳에 방문한 것이다.

시 주석은 전날 푸틴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중국의 기존 입장을 강조하면서 “우크라이나 위기의 근본적 해결책은 균형 있고 효과적이며 지속 가능한 ‘신형 안보 프레임’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양국 정상 공동성명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중국 전문가 주드 블란쳇은 “미국과의 지정학적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시진핑에게 모스크바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 등 미·중 갈등이 치열해질수록 시 주석은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확신을 갖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싱가포르 난양공대의 외교정책 전문가 후티양분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등 다양한 문제에서 타협하더라도 미국이나 서방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며 “중국이 러시아와 거리를 둘 유인책이 없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중 기간 경제적 성과는 뚜렷하게 드러난 게 없다고 평가된다. 양국 정상이 공식 서명한 11개의 문서 대부분은 원칙에 대한 선언을 담고 있다. 구체적 성과가 있는 협의 내용은 관영 매체 간 협력, 호랑이 보호구역 설치, 러시아산 쇠고기의 수출을 위한 관세 조건 등 주변적 이슈이다. 러시아의 숙원인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 사업’에 관한 진전 사항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르몽드는 “양국 정상회담은 서로 대등한 위치에서 한 것처럼 보이지만 러시아는 점점 중국에 청구인이 되는 반면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지정학적 우선순위’와 서방의 ‘상업적·기술적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다”며 “중국은 줄타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요한 합의 내용은 공개 문서에 거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도 덧붙였다.

러시아인들의 근본적 여론 흐름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센터 소장인 알렉산더 가부예프는 푸틴 대통령이 방중하기 전 NYT에 쓴 기고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통스러운 서방의 대러 제재 이후 중국을 필요로 하는 것은 푸틴만이 아니라 러시아 전체”라고 말했다.

과거 러시아인에게 서방은 자유, 인권, 경제적 부유함을 의미했으나 현재 서방의 제재에 질린 러시아인들이 진심으로 서방에 등을 돌리고 중국을 협력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가부예프는 “러시아 중산층들이 여행지를 중국으로 바꾸고 있을 뿐 아니라 자녀를 중국, 홍콩대학으로 유학을 보내려 하며 (서방과 협력이 막힌)과학자들도 중국 과학자들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며 중·러 밀착을 ‘독재자’ 푸틴 대통령이 다수 러시아인의 의사에 반해 변덕스럽게 추진한다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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