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5년만에 '신한AI' 문 닫는다…"당국, 망분리 해결해야"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 9일 자회사 신한AI의 '회사 청산 결정에 따른 해산'을 공시했다. /그래픽=조수아

신한금융지주의 인공지능(AI) 자회사 '신한AI'가 설립 5년 만에 문을 닫는다. 경영 효율성 차원에서 AI사업을 부서 단위로 운영하는 게 낫다고 봤다. 국내 금융권 최초의 AI자회사가 폐업하면서 일각에선 금융권의 AI 활성화를 위해 금융당국이 '망분리 이슈' 등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글로벌 금융사 생성형AI 속속도입하는데.. 신한금융은 5년만에 폐업, 왜?
━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 9일 자회사 신한AI의 '회사 청산 결정에 따른 해산'을 공시했다. 2019년 국내 금융권 최초의 AI회사로 문을 열었지만 5년 만에 청산을 결정했다. 채권 신고 등 절차를 진행한 뒤 연내 폐업을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금융과 최신 AI 기술을 결합한다는 목표로 금융권 최초로 AI자회사를 설입했다. 실제 시장예측·투자자문·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등 여러 AI 서비스를 신영자산운용 등과 함께 선보였고, 2022년에는 IPO(기업공개)도 추진했다.

하지만 경영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신한금융은 5년 만에 신한AI를 정리하기로 했다. 2022년 순손실 22억원, 지난해 순손실 46억원 등 적자를 이어갔다.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 중 AI·디지털 분야는 신한은행 AI Unit, 자문 업무등은 신한투자증권 디지털플랫폼부로 이관된다. 신한AI 인력들도 신한은행과 신한투자증권의 유관부서로 고용 승계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단독 자회사보단 은행 등에서 부서 단위로 운영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 판단했다"며 "향후 계열사들의 AI 관련 사업 추진에 좋은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신한AI의 폐업에 대해 금융권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망분리 규제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한 금융권 개발자는 "금융회사에 적용되는 '물리적 망분리' 등으로 현시점에서 금융권이 챗GPT 수준의 대화형 AI를 상용화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고 AI 사업만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건 더욱 어렵다"고 지적했다.

물리적 망분리 규제는 2013년 대규모 금융전산사고를 계기로 금융권에 도입됐다. 내부망과 일반 인터넷망을 분리해 외부데이터를 차단해 보안을 강화하는 취지다. 그러다 보니 금융권이 다른 업권과 달리 오픈소스, SaaS(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등 외부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해 디지털 사업에 뒤처진다는 불만도 뒤따랐다.

예컨대 신한AI가 주업무로 삼았던 투자시장 자문 분야는 대내외 환경적 영향을 반영해야 해서 생성형AI가 외부로부터 양질의 비금융 데이터를 학습해야 한다. 일부 금융회사는 내부망에 외부 오픈API(공개된 인터페이스)를 연동하는 방식으로 생성형AI를 활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에서는 이런 방식도 망분리 규정 위반이라는 해석을 내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AI 가이드라인이 새로운 기술보다 후행하다 보니 인허가 여부를 받는 것조차 한참 뒤"라며 "특히나 LLM(거대언어모델)과 같은 빅데이터 기반의 기술은 외부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어 고도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여러 애로사항이 발생하면서 지난달 금융당국은 금융부문 망분리 TF(태스크포스팀)를 출범하고 규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금융위는 "제도 도입 후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변화된 IT 환경을 감안해 관련 규제 수준에 대해 종합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라며 "망분리 규제 합리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망분리 규제 현황 및 완화 움직임/그래픽=이지혜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