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3 (목)

"美처럼 틱톡 금지? 우리는 다르다" 싱가포르 첫 서민 총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싱가포르의 새 총리, 로런스 웡. 오는 15일 취임한다.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가 20년 만에 새 행정부 수반을 맞는다. 장기집권했던 리셴룽(李顯龍) 총리가 이달 15일 물러나면서다. 강소국의 대표주자인 싱가포르의 새 수장은 1972년생 로런스 웡 부총리다. 그는 2년 전부터 총리 수업을 받아왔다. 리 총리는 지난달 15일 성명을 발표해 사임을 공식화했고, 웡 부총리는 곧이어 소셜미디어에 "총리직에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웡 부총리는 8일(현지시간)엔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갖고 리더십의 청사진을 밝혔다. 그는 "싱가포르는 태동부터 발전까지 기적의 길을 걸어왔다"며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 미ㆍ중 간 밸런스를 잘 잡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로런스 웡의 총리 취임은 싱가포르의 정치권력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싱가포르는 국부(國父) 리콴유(李光耀) 초대 총리가 25년 간(1965~1990)을 집권했고, 고촉통(吳作棟) 총리가 이어 14년 간(1990~2004), 리콴유의 장남인 리셴룽이 20년 간(2004~2024) 집권했다. 세 명 모두 어린 시절부터 엘리트 탄탄대로를 밟았다. 반면 로런스 웡은 싱가포르 공립학교 출신이다. 아버지는 영업사원, 어머니는 교사였다. 중산층 출신 첫 싱가포르 총리라는 의미가 있다.

중앙일보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로런스 웡은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위스콘신대에서 학사, 미시건대에서 석사,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제학 전문가로 성장한 그는 귀국해 학자로 정부 산하 연구기관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고, 이어 능력을 인정받아 점차 출세 사다리를 오른다. 재무부뿐 아니라 보건부 등에서 다양한 현장 경험을 쌓는다. 결정적 순간은 2005년 찾아왔다. 당시 갓 취임한 리셴룽 총리의 비서관으로 등용되면서다.

그는 리셴룽 총리의 지지를 등에 업고 2011년 총선에 출마, 당선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문화부·청년부·국가개발부·교육부 장관 등을 두루 경험한 뒤 2021년엔 재무부 장관으로 화룡점정의 순간을 맞는다. 이후 2022년 리셴룽 총리는 "로런스 웡이 내 후계자"라고 공식화한다.

중앙일보

싱가포르 행정수반인 리셴룽(72) 총리와 신임 로런스 웡 총리. 로런스 웡은 2005년 리셴룽의 비서관으로 인연을 쌓았다.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로이터 및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스 등 보도를 종합하면 로런스 웡이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굳힌 건 팬데믹 시절이다. 그는 2020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부 태스크포스에서 공동의장으로 활약하며 팬데믹 대응을 지휘했다. 그가 쌓아온 다양한 부처에서의 경험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싱가포르 총리로서 로런스 웡의 가장 큰 고민은 미ㆍ중 사이 균형이다.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싱가포르는 친미도, 친중도 아닌 친싱가포르"라며 "우리의 국익을 철저히 우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국가 구조 특성상 중국과 긴밀하다. 싱가포르 국민의 약 75%가 중국계이며, 로런스 웡 총리 역시 그렇다. 그러나 싱가포르와 중국과의 관계는 경제 및 교역 부문에 집중했으며, 외교 파트너는 미국임을 분명히 해왔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의 대표적 친미국가로 통한다.

중앙일보

로런스 웡 총리 내정자는 이미 다양한 외교 전선에서 활약 중이다. 사진은 지난 7일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사진. EPA=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로런스 웡의 싱가포르는 달라질 전망이다. 친미 기조의 큰 틀은 변화가 없으나 싱가포르의 국익을 위해서라면 반중 역시 안 된다는 기조가 웡 총리 내정자에겐 확고하다. 틱톡(TikTok)에 대한 답변에서 그의 이런 기조는 분명히 드러난다.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미국에서 중국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틱톡을 금지해야 한다는 데 대해 어찌 생각하냐"고 묻자 웡은 "그건 미국이 결정할 문제"라며 선을 그으면서도 이렇게 답했다. "소셜미디어 한 곳이 국가안보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는 보지 않고, 우리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건 싱가포르의 입장이고, 미국의 입장은 미국이 정하는 것"이라면서다.

웡 총리 내정자는 15일 임기를 시작한다. 그가 전임자들처럼 약 20년의 장기집권의 길을 걸을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