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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날아오르던 로켓, 고꾸라졌다”…알테쉬 공세에 쿠팡 7분기만에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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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테무 초저가 공세 맞서
제품 할인 등 고객혜택 늘려
김범석 “국산 22조원 확대”
가격보다 품질로 차별화 승부


매일경제

8일 송파구 쿠팡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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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분기 흑자 전환 이후 승승장구하던 쿠팡이 올해 1분기 실적은 악화됐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절반 이상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7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같은 중국 전자상거래(C커머스)들이 초저가를 내세워 한국 온라인 유통시장을 본격 공략한지 불과 1년여 만에 쿠팡 위기설이 숫자로 드러났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한국산 제품 취급액을 작년보다 5조원 많은 22조원으로 늘려 중국산과는 차별화한 품질로 C커머스 공세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쿠팡의 상품매출규모가 30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산 제품비중이 올해 약 70%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8일 쿠팡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 7조3990억원(58억53만달러)보다 28% 늘어난 9조4505억원(71억14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분기 매출 9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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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수익성이다. 쿠팡은 6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끝내고, 올 1분기 318억원(2400만달러)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531억원(400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1362억원)보다 61% 급감했다.

쿠팡의 실적악화는 알리·테무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할인, 쿠팡플레이의 메이저리그(MLB) 서울 개막전 초대, 쿠팡이츠 배달비 무료 마케팅을 비롯한 고객 혜택을 늘리면서 발생한 비용증가가 컸다. 지난해 12월 5억 달러(약 6500억원)를 투자해 인수한 미국 명품 플랫폼 ‘파페치’에서 1501억원(1억13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쿠팡이 다시 적자로 돌아서면서 2010년 창립 이후 10년 넘게 쌓인 쿠팡의 누적 적자도 늘어났다. 쿠팡의 1분기 누적 결손금은 5조8159억원(43억7800만달러)으로, 지난해 1분기 5조5908억원(43억8300만달러)보다 원화 기준 4% 늘었다.

쿠팡은 C커머스 공세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3조원 규모의 추가 물류투자를 통한 무료배송 확대 ▲ 한국에서 만든 제조사 제품의 구매와 판매 확대 ▲와우 멤버십 혜택 확대 등 3가지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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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Inc 의장 겸 창업자


김범석 의장은 이날 실적발표 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진입장벽이 낮고, 소비자들이 클릭 하나만으로 다른 쇼핑옵션을 선택하길 주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했다”면서 “올해 상품과 고객 투자를 크게 늘리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구체적으로 “중소기업을 포함한 국산 제조사 상품의 구매와 판매 규모를 지난해 17조원에서 올해 22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중국산 제품을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초저가로 판매하는 알리·테무에 맞서 조금 더 비싸더라도 품질이 우수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한국산 제품 유통을 확대함으로써 품질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쿠팡은 물류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키로 했다. 지난 3월 쿠팡은 2026년까지 3년간 3조원 이상을 투자해 경북 김천·광주을 비롯한 신규 물류센터 8곳을 운영하고 2027년까지 전국민 5000만명을 대상으로 로켓배송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와우 멤버십 회원에 혜택도 대폭 늘린다. 쿠팡은 지난해 무료 배송과 반품, 전용 할인에 4조원의 혜택을 와우 멤버십 회원에 제공했는데, 올해는 40% 가량 늘어난 5조5000억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김 의장은 “최근 와우 회원에 무제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쿠팡이츠는 소비자가 반복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을 없앴다”면서 “지난 3월 MLB시즌 개막전은 물론 매년 여름 생중계되는 유럽 축구 등 흥미진진한 스포츠 경기를 무료 시청하는 혜택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알리·테무가 잇단 상품 안전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초저가 공세를 이어갈 경우 시장 잠식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한국 매출이 3조원에 육박하는 알리와 테무는 지금의 성장세가 유지된다면 올해 8조원까지 갈 수 있다”면서 “쿠팡도 투자를 더 강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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