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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사설] 트럼프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말 안 되는 억지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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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주한미군 4만명에 대해 사실상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주 타임 주간지 인터뷰에서 자신의 재임 기간에 한국이 “수십억달러”를 내기로 했다가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재협상을 통해 거의 내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이 발언은 미국 언론에서도 틀렸다고 지적 받았다. 트럼프 재임기 주한미군은 2만6878~2만9389명이었으며, 한국이 바이든 집권 후 트럼프 때보다 분담금을 13.9% 증액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2023년 역대 최대인 1조2896억원을 냈다. 2017년 11월 평택 미군기지 방문 등 계기에 관련 보고를 상세하게 받은 바 있는 트럼프가 이처럼 사실관계가 틀린 발언으로 동맹국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유감스럽다.

사실 방위비 분담금은 원래 한국이 내야 할 의무가 없는 돈이다.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한국은 주한미군에 시설과 부지를 무상 제공하고, 미국은 부대 운영유지비를 전액 부담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어려워지자 1991년 특별협정을 맺어 SOFA 규정을 한시 중단시키며 한국이 부대 운영유지비도 일부 분담하는 호의를 보인 것이다. 그 액수가 매년 늘어 이제 1조3000억원에 달하지만 미국이 이 돈을 모두 어디에 쓰는지도 분명치 않다.

무엇보다 미국이 중국에 근접한 한국에서 대규모 미군기지를 운용하며 막대한 전략적 이익을 누리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평택 미군기지는 베이징을 포함해 중국 요충지들을 500~1000㎞ 사정권 안에 둔다. 미국이 대중국 군사포위망 측면에서 이 정도로 유리한 거점을 확보한 사례는 없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가 한·미·일 동맹 수준의 합의를 해주며 한국은 대만 문제 등의 미·중 충돌에 끌려들어갈 위험까지 안게 됐다. 그런 점까지 감안하면 오히려 한국이 미국에 군기지 사용료를 받아야 할 판이다. 다만, 주한미군의 주요 임무가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데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을 뿐이다.

한·미는 협정 종료를 1년8개월이나 앞둔 지난달 일찌감치 새 방위비 분담협상을 시작했다. 정부는 트럼프가 재집권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새로운 틀의 합의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게 뭔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한국이 “합리적 수준”의 증액이라는 수세적 태도를 넘어, 변화한 전략 환경을 강조하며 협상에 당당하게 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7일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에서 한미 장병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당시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현황 보고를 하며 평택 미군기지가 가진 전략적 중요성을 ‘왕관의 보석’에 비유했다. 또 평택 미군기지 건설 비용 107억 달러의 92%(약 11조원)를 한국이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공동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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