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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거슬리던’ 알자지라 폐쇄 명령…“비판 언론 옥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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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알자지라 방송의 한 언론인이 5일(현지시각) 카타르 도하에 있는 본사 스튜디오에서 방송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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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5일(현지시각) 위성 보도채널 알자지라의 비판 보도에 불만을 품고 지국 폐쇄를 명령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성명을 내어 “알자지라는 이스라엘의 안보를 해치고 병사들에 대해 악의적인 선동을 했다”며 “이제 하마스를 대변하는 방송을 우리나라에서 제거할 때”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날 네타냐후 총리 주재로 열린 각료회의에선 만장일치로 알자지라 방송의 지국 사무소 폐쇄 및 취재 보도 활동 금지가 의결됐다. 이스라엘 정부가 언론 보도와 관련해 개별 언론인에 대해 제재한 적은 있지만, 주요 보도채널 자체를 강제로 폐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카타르에 본사를 둔 알자지라의 보도는 이날부터 이스라엘 유선방송 또는 위성방송에서 송출이 차단됐으며, 이 채널을 틀면 “이스라엘에서 방송이 중단됐다”는 안내가 나온다. 실로모 카르히 통신장관은 당국자들이 알자지라의 지국 사무소가 있던 동예루살렘의 한 호텔 방에 들어가 방송 장비들을 압수해 들고나오는 화면을 공개했다. 카르히 장관은 “우리는 마침내 나라 안보를 해치는 알자지라의 선동기계를 멈춰 세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통신부는 “알자지라가 적어도 45일간 취재·보도를 할 수 없으며, 그 기간은 연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이스라엘의 법적 영토가 아닌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선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스라엘 의회는 지난달 1일 국가안보에 해를 끼치는 외국 언론사의 취재·보도를 정부가 금지할 수 있는 이른바 ‘알자지라 법’을 의결했다.



알자지라는 성명을 내어 “국제법적 기구와 절차를 통해 가용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자유 언론의 권리와 대중의 알 권리를 지키겠다”고 반발했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의 자유언론 탄압은 가자에서 벌이는 행위를 은폐하려는 노력이며 국제법과 인도주의법에 어긋난다”며 “이스라엘이 언론인을 직접 겨냥하고 죽이고 체포하고 겁주는 행위는 알자지라를 막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외신기자 클럽은 이번 조처에 대해 “이번 결정으로 이스라엘은 의심스러운 권위주의 국가 클럽에 가입하게 됐다”며 “이것은 언론에 대한 어두운 날”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뉴욕의 언론인보호위원회(CPJ)도 “국제 언론기관이 이스라엘에서 일하는 것을 제약하는 극도로 우려스러운 사례”라고 날을 세웠다.



또 국제인권단체 ‘인권감시’(HRW)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책임자 오마르 샤키르는 “언론자유에 대한 공격”이라며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에서 저지르는 잔혹한 일의 보도를 막으려 하기보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스라엘은 오래전부터 알자지라의 보도에 대해 편파적이라고 비판해왔다. 2년 전쯤엔 알자지라의 시린 아부 아클레흐 기자가 요르단강 서안에서 취재 중 이스라엘군이 쏜 총탄에 맞아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둘의 관계는 지난해 10월 7일 가자 전쟁 발발 이후 더욱 나빠졌다.



이스라엘 국내 언론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 지구의 참상과 끔찍한 민간인 피해에 대해선 눈 돌리고 주로 하마스의 기습공격 피해와 붙잡힌 인질 상황, 이스라엘군의 영웅적 전과 등에 대한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알자지라는 내내 가자 주민들의 전쟁 피해 등에 현지 보도에 집중해왔다. 지난해 12월엔 가자 남부지역에서 취재 중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카메라 기자가 숨졌다. 와엘 알 다후드흐 가자 지국장도 부상을 당하고, 그의 부인과 세 아이를 모두 잃었다.



이번 조처로 이스라엘과 알자지라의 본국인 카타르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가능성이 있다. 카타르는 가자 무장정파 하마스의 해외 사무소를 유치하고 있는 아랍국이며,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협상에서도 미국, 이집트와 함께 핵심적인 구실을 하고 있다. 이번 조치가 앞으로 중동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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