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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공짜로 준다는데 20년째 빈 별장… 주인 누구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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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나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의 별장 모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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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선전장관이었던 요제프 괴벨스의 별장을 두고 독일 베를린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지비로만 해마다 수억원이 드는 탓에 당국이 한 푼도 받지 않고 다른 주정부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그 누구도 선뜻 별장을 인수하겠다고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예 별장을 철거하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역사적 의미가 깊다는 이유로 반발이 나오면서 이조차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4일(현지 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슈테판 에베르스 베를린 주정부 재무장관은 전날 의회에서 괴벨스 별장 문제와 관련해 “나는 이 부지를 원하는 사람에게 베를린이 주는 선물로서 인수해달라고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료로 괴벨스 별장을 넘기겠다는 것이다.

이 별장은 히틀러의 최측근이었던 괴벨스가 1939년 지은 건물로, 베를린에서 북쪽으로 40㎞ 떨어진 반들리츠 마을 인근의 호숫가 숲속에 자리하고 있다. 부지 규모만 17㏊(헥타르)에 방이 70개인 호화 별장이다. 괴벨스는 이곳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때로는 나치 지도자와 예술가, 배우 등을 접대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엔 연합군의 병원으로 쓰였다가, 동서분단 이후엔 동독 당국의 청소년 교육 장소로 사용됐다. 1999년 이후부터는 방치됐고, 매년 유지비로 연 25만유로(약 3억7천만원)가 들면서 주정부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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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벨스 별장 입구.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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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벨스 별장.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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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따지면 괴벨스 별장이 위치한 곳은 베를린주가 아니라 브란덴부르크주다. 반들리츠 마을은 브란덴부르크주에 속해 있다. 이에 따라 베를린주가 브란덴부르크주를 포함한 다른 주들에 인수 의사를 타진했으나, 3억5천만유로(약 5천100억원)로 추산되는 리모델링 비용 탓에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그렇다고 철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역사적 의미가 깊은 건물을 베를린주 맘대로 철거해서는 안 된다는 반발이 나오기 때문이다. 베를린주가 괴벨스 별장을 아예 허물고 부지를 자연 상태로 돌려 놓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브란덴부르크주 문화재 보호 책임자인 토마스 드라헨베르크는 “독재정권의 역사를 간직한 건축물을 우리 사회에 어떻게 활용할지 장기간 철저히 숙고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별장 부지는 인근 마을과 3㎞ 떨어져 있고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도 어려워 활용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이대로 방치할 경우 극우세력이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베를린주는 별다른 방안이 없다면 괴벨스 별장을 철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에베르스 주정부 장관은 “지난 수십 년간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소유주가 나서지 않는다면 베를린주는 철거를 강행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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