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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백령병원 산부인과 진료 재개 3개월 만에 운영 중단...70대 의사 건강 이유로 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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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백령병원 전경./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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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최북단 백령도의 백령병원 산부인과가 진료 재개 3개월 만에 다시 문을 닫게 됐다. 지난 1월부터 이곳에서 근무를 시작한 70대 의사가 건강 문제를 이유로 사직한 것이다.

1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옹진군 백령면에 있는 인천시 공공의료기관인 인천의료원 산하 백령병원 산부인과에서 근무하던 전문의 오모(73)씨가 지난 3월 사직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오씨가)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사직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씨는 지난 1월 백령병원 산부인과에 부임했다. 백령병원 산부인과에 전문의가 부임한 건 2년 8개월 만이었다. 백령병원 산부인과는 초음파검사와 피검사 등 산전(産前) 진료는 물론, 분만실도 갖추고 있는데, 근무를 원하는 전문의가 없어 지난 2021년 4월부터 운영되지 못했다. 인천시는 백령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채용을 위해 연봉을 1억5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증액하기도 했다.

오씨는 “백령도에 임신부를 돌볼 수 있는 의사가 없어 응급 분만이 지연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섬 근무를 자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월 오씨에게 영상 전화로 “백령도에 의사가 없어 애태운다는 기사가 여러 차례 나와 걱정했는데 와 주셔서 고마운 마음”이라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백령도와 인근 대청도, 소청도 등의 주민 6300여명 중 여성은 2600여명이다. 이들 지역 임신부는 다시 진료와 출산을 위해 인천항까지 왕복 8시간씩 배를 타야 하는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지역 내 산부인과를 갖춘 병원이 백령병원 뿐인 옹진군은 2015년 분만취약 A등급 지역으로 분류됐다. 60분 이내 분만 의료 이용률이 30% 미만이거나 60분 내 분만 가능한 의료기관에 접근 불가능한 인구 비율이 30% 이상인 지역이라는 의미다.

인천의료원은 새 산부인과 전문의를 채용하기 위한 공고를 낼 예정이다. 하지만 언제쯤 채용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백령병원에서 근무 중인 의사는 총 8명으로, 마취통증의학과·정형외과 등 전문의 2명과 공보의 6명(전문의 2명, 인턴 4명)이다. 산부인과·내과·신경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치과 등 진료 과목엔 전문의가 없다.

인천시 관계자는 “조만간 백령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채용공고를 낼 예정”이라면서도 “육지에 비해 근무 여건이 열악할 수밖에 없는 섬에서 근무하려는 의사들이 적어 백령병원 전문의 채용에 어려움이 큰 게 현실”이라고 했다.

[이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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