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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팔 구호기구 ‘돈줄’ 끊은 이스라엘, 석 달째 ‘하마스 연루설’ 증거 제시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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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독립 조사기구 보고서 발표

경향신문

지난 2월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본부를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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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에서 구호 활동을 해온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직원 상당수가 하마스 공작원이라는 이스라엘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이스라엘이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유엔 독립 조사기구의 지적이 나왔다.

카트린 콜로나 전 프랑스 외교장관이 이끄는 유엔 독립 조사기구는 22일(현지시간) 검토 보고서를 내고 이 같이 밝혔다. 조사기구에는 콜로나 전 장관을 필두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3개 연구기관이 참여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1월 말 UNRWA 직원 12명이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은 UNRWA 직원 1000명 이상이 하마스와 연계돼 있다고도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스라엘은 이런 의혹을 제기하며 국제사회에 UNRWA에 대한 지원 중단을 요구했고, 이에 미국 등 16개 국가가 4억5000만달러 상당의 자금 지원을 중단해 구호 활동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 유엔에 날 세워온 이스라엘, 유엔 구호기구 ‘하마스 연루 의혹’ 제기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01281708001#c2b


이후 가자지구의 구호 상황이 악화되고 하마스 연루설을 입증할 증거가 나오지 않으며 10개국이 자금 지원을 재개했으나, 연간 3억~4억달러를 기부하는 최대 지원국 미국의 지원 중단으로 UNRWA는 심각한 재정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미 의회는 이스라엘의 발표 후 2025년 3월까지 UNRWA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스라엘의 의혹 제기 후 UNRWA는 이스라엘 측이 지목한 직원 12명(2명은 사망)을 즉각 해고하고 외부기관의 조사를 받겠다고 자진했고, 유엔은 의혹을 밝히기 위한 독립적인 조사 기구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3개월 가까이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에도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UNRWA 직원 450명 이상이 하마스 등 테러단체의 공작원이라고 주장했다.

조사기구는 보고서에서 “UNRWA가 3만2000명에 달하는 전체 직원 목록을 매년 회원국과 공유하고 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공유된 직원 명단에 어떤 우려 사항도 전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제껏 공유된 직원 명단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온 이스라엘이 돌연 ‘하마스 연루설’을 제기하고도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기구는 이스라엘 정부에 하마스, 이슬라믹지하드와 연계돼 있는 UNRWA 직원 명단과 증거를 요청했으나 이스라엘 측은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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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독립 조사기구 책임자로 임명된 카트리나 콜라나 전 프랑스 외교장관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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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2월 미국 국가정보국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도 UNRWA 직원 상당수가 하마스와 연계돼 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확인할 수 없으며, 이스라엘이 사실을 왜곡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하기도 했다.


☞ 미 정보기관 “‘UN 직원 1000명 하마스 연루설’ 확인 못해···이스라엘, 반감으로 왜곡”
https://www.khan.co.kr/world/america/article/202402221633001#c2b


UNRWA는 3만200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팔레스타인인이다. 직원 가운데 1만3000여명은 가자지구에서 구호 활동을 하고 있다.

조사기구는 이스라엘 정부가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UNRWA의 ‘정치적 중립 위반’ 문제에 대해선 일부 중립성 위반 사항이 발견되긴 했으나, UNRWA가 다른 UN 기구나 구호단체에 비해서도 중립 원칙을 지키기 위한 엄격한 절차를 운영하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UNRWA가 가자지구 학교에서 반유대주의를 대대적으로 설파하고 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과 달리, 반유대주의적 내용의 텍스트나 이미지는 단 2건만 확인됐다고 조사기구는 밝혔다.

문제가 된 직원들의 중립성 위반 사례 대부분이 소셜미디어 게시물이며, 이런 게시물의 대부분은 직원의 가족이나 주변인이 겪은 폭격 피해 등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조사기구는 “중립성 문제는 대부분의 직원이 (가자지구) 현지에서 채용되고 동시에 이들이 UNRWA 서비스 수혜자라는 점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조사기구는 UNRWA 소속 일부 교직원의 공개적인 정치적 발언, 일부 교과서의 편향된 내용, 노조의 정치화를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을 해결할 정치적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생명을 구하고 인도주의적 지원과 사회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UNRWA의 기능은 핵심적”이라고 평가했다.

필립 라자리니 UNRWA 사무총장은 “조사기구의 권고를 수용해 이를 이행하기 위한 실행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스라엘은 이번 조사가 “문제의 심각성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렌 마르모스타인 이스라엘 외교부 대변인은 “2135명 이상의 UNRWA 직원이 하마스나 이슬라믹지하드의 일원”이라고 거듭 주장하며 “UNRWA는 몇 개의 썩은 사과가 아니라 그 뿌리가 하마스인 썩고 유독한 나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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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최대 도시 칸유니스에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운영해온 학교가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아 폐허로 변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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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RWA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고향에서 쫓겨나 난민이 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교육, 의료, 주거 등 인도적 지원을 하기 위해 1949년 설립된 유엔 산하 구호기관이다. 현재 가자지구 전체 인구 230만명 가운데 200만명 이상이 UNRWA를 비롯한 구호기관에 의존하고 있고, 전쟁으로 집을 잃은 100만명 이상은 UNRWA의 피란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전쟁 이전부터 이 단체가 ‘반이스라엘 선동’을 하고 있다며 해체를 요구하는 등 UNRWA를 눈엣가시로 여겨왔다. 지난해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군은 UNRWA 피란 시설과 학교에 여러 차례 폭격을 가해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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