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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천 개의 파랑’, 연극으로 볼까 뮤지컬로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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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로봇 배우, 뮤지컬은 퍼펫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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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천 개의 파랑>의 한 장면.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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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작가의 SF <천 개의 파랑>이 연극과 뮤지컬로 잇달아 선보인다. 두 작품은 주인공인 로봇 콜리를 재현하기 위해 상반된 접근법을 택했다.

2020년 출간된 소설 <천 개의 파랑>은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보편화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말 투데이를 타다가 낙마한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가 서사의 중심이다. 로봇에 관심 많은 고등학생 연재는 고장난 콜리를 가져와 고치려 하고, 연골이 닳은 투데이는 안락사 위기에 놓였다. 연재와 그의 장애인 언니 은혜는 콜리와 투데이가 다시 한번 달리게 하려고 계획을 세운다.

국립극단 연극 <천 개의 파랑>(장한새 연출)은 우여곡절 끝에 개막했다. 애초 4일 개막 예정이었으나, 2일 리허설 도중 로봇 배우 콜리의 전원이 꺼지는 사고가 일어나 점검을 위해 16일로 개막을 연기했다. 17일 관람한 연극은 별다른 사고 없이 진행됐다. 콜리는 145㎝ 키에 원작과 같은 브로콜리 색으로 제작됐다. LED로 제작된 얼굴은 눈 밝기가 조절된다. 상반신, 팔, 손목, 목 관절 등이 움직인다. 무대 뒤편의 오퍼레이터가 조작하면 로봇 배우는 미리 입력된 대사를 가슴의 스피커로 낸다. 인간 배우와 로봇 배우의 대화는 말과 말 사이의 간격이나 반응 등이 어색하지 않았다. 인간 배우가 잘못된 대사를 말하거나 즉흥 연기를 한다면 로봇 배우가 대응하긴 어렵겠지만, 이날 공연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인간 배우들이 연기할 때도 로봇 배우는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조금씩 시선을 돌리거나 수족을 움직였다. 콜리 역은 로봇 배우와 인간 배우(김예은)가 나눠서 맡는다. 극중 인간과의 대화는 로봇 배우가, 콜리 내면의 생각이나 독백은 인간 배우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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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천 개의 파랑>.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가 경주마 투데이에서 낙마해 부서진 모습이다. 인간 배우와 로봇 배우가 콜리 역을 함께 연기한다.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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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천 개의 파랑>의 한 장면. 은혜(류이재)는 장애인이다. 은혜의 상황은 연골이 닳은 경주마 투데이, 낙마해 부서진 로봇 기수 콜리와 병치된다.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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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천 개의 파랑>의 한 장면. 연재(최하윤)는 로봇에 관심 많은 고등학생이다.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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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에서 로봇 배우 콜리는 주연처럼 가장 나중에 등장해 무대 정중앙에 섰다. 다만 ‘국립극단 최초 로봇 배우’라고 홍보된 것을 고려하면, 극중 콜리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극중 로봇 배우 콜리는 인간의 고민을 되돌려준다. “왜 말은 달려야 하나요?” “말들도 행복한가요?”처럼 순진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서다. 이 연극의 로봇 배우는 기대처럼 테크놀로지를 탐구하는 주연이 아닌, 장애, 자본주의 등 인간 사회의 키워드를 반추하는 조연에 가깝다.

서울예술단 뮤지컬 <천 개의 파랑>은 소설 속 첨단 로봇 콜리를 아날로그적인 수공예 퍼펫으로 구현했다. 경주마 투데이 역시 퍼펫이다. 18일 제작발표회에서 김태형 연출가는 “현재 테크놀로지로 구현할 수 있는 로봇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한 말을 리서치했다. 현재 기술로 움직임을 표현하면 신기할 순 있겠지만, 원작의 따뜻한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고민 끝에 퍼펫 디자이너와 함께 콜리와 투데이를 인형으로 제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유리 서울예술단 예술감독은 “<천 개의 파랑> 제작을 계획할 때 예산, 기술의 측면에서 로봇의 연기·노래를 구현하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며 “김태형 연출가가 (아날로그적으로 접근하는) 역발상의 제안을 해와 제작을 결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콜리와 투데이를 움직이기 위해 각 3명씩이 동원된다. 배우가 퍼펫의 머리를 조종하고, 인형술사 2명이 팔과 다리를 움직인다. 콜리 역은 윤태호와 진호(펜타곤), 연재 역은 서연정과 효정(오마이걸)이 맡았다.

천선란 작가는 “연극과 뮤지컬이 비슷한 시기에 출판사와 에이전시로 각각 제작 제안이 왔다”며 SF의 인기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예전에는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왜 사는가’ ‘돈은 왜 버는가’ 같은 질문에 대해 정해진 규범과 틀이 있었습니다. 요즘엔 심각하게 여기는 사회 문제가 각자 다르고, 규범도 사라졌죠. SF는 오래전부터 인간, 사회에 대한 거대 담론을 다뤄 왔습니다. SF를 통해 사회가 무엇인지 답을 찾고, 인간은 원래 고독하다는 점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연극은 28일까지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뮤지컬은 5월 12~26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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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뮤지컬 <천 개의 파랑> 제작발표회. 왼쪽부터 김혜림 안무가, 박천휘 작곡가, 천선란 작가, 이유리 예술감독, 김태형 연출가, 박동우 무대미술가, 고동욱 영상디자이너, 이지형 퍼펫디자이너. 서울예술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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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천 개의 파랑>(왼쪽)과 연극 <천 개의 파랑> 포스터. 서울예술단·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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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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