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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TSMC·ASML발 ‘파운드리 충격’, K-반도체로 번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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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국 오레곤주 인텔 반도체 공장에 설치된 네덜란드 업체 ASML의 ‘하이(High) NA EUV(극자외선)’ 장비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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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및 장비제조 부문에서 글로벌 1위를 달리고 있는 대만 TSMC와 네덜란드 ASML의 올해 첫 성적표가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올해 성장 전망치를 대폭 낮췄고 고객들로부터의 주문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를 두고 정보기술(IT) 수요 회복세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으며 오히려 ‘공급 과잉’ 우려로 인해 반도체 업계의 투자 심리가 위축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TSMC는 지난 18일 실적설명회에서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2255억대만달러(약 9조5837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만 지진 후유증도 금세 극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동시에 비관론도 제시했다. TSMC는 파운드리 산업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당초 20%에서 ‘10%대 중후반’으로 낮춰 잡았다. 메모리를 제외한 전체 반도체 성장률은 ‘10% 이상’에서 ‘약 10%’로 끌어내렸다.

TSMC는 레거시(구형) 반도체 수요가 미적지근하다고 봤다. 파운드리 업계는 고성능 반도체용 ‘첨단 공정’과 저사양용 ‘레거시 공정’을 고객사들의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운용한다. 첨단 공정은 3·5·7나노미터 정도의 아주 가느다란 선폭으로 반도체 회로를 새길 수 있다. 스마트폰 두뇌 역할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나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같은 고성능 제품에 주로 적용된다. 반면 20나노 이상의 레거시 반도체는 성능은 낮지만 가전제품·산업설비 등에 폭넓게 쓰여 든든한 ‘캐시 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해왔다.

웨이저자 TSMC CEO는 “AI 데이터센터 수요는 강하지만, 전통적인 서버 수요가 미지근하다”며 “소비자용 가전제품 수요도 약하다”고 말했다. 전기차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소비량이 줄면서 차량용 반도체 주문도 부진하다.

반도체 장비 분야도 심상치 않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회사 ASML은 1분기 매출이 지난해 4분기보다 27% 감소한 52억9000만유로(약 7조8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ASML은 7나노 이하 미세공장에 쓰이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다.

EUV 장비는 ASML이 공급을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ASML의 매출이 감소했다는 것은 그에 걸맞은 충격이 있었다는 의미다. ASML의 1분기 주문 예약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다.

파운드리 업계는 장비 발주량을 비밀에 부치기 때문에 전체 수요를 가늠하기 힘들다. 하지만 ASML의 이번 실적을 통해 전반적인 위축세가 드러난 것이다. 유럽 금융그룹 ‘오도BHF’의 스테판 호리 분석가는 “TSMC나 삼성, 인텔 같은 주요 고객들이 장비 투자를 늘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공급 과잉’을 우려한 파운드리들이 장비 구매를 취소하거나 미루며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일본·유럽 등 각국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한다며 앞다퉈 자국 내 생산 시설을 유치하고 있어서다. 앞서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의 가동 시기를 올해 말에서 오는 2026년으로 늦춘 바 있다.

다만 일시적인 장비 주문 감소를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피터 웨닝크 ASML CEO는 “경기 회복에 맞춰 올해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수요가 더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시장의 충격이 한국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메모리 시장에도 번질지 주목된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TSMC 전망에는)‘메모리를 제외하고’라는 단서가 달렸지만 전자제품 판매가 부진하면 메모리도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다만 박 연구원은 스마트폰·PC 수요가 바닥을 통과했다는 점 등을 들어 “반도체 실적 전망의 상향 속도가 느려질 수는 있겠지만, 방향을 바꿔 하향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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