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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케이션 센터, 침수대비 지하차도... 부산발 창의·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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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연구 대상 되기도

조선일보

부산시가 최근 세계적 디자인상인 'iF디자인상' 사무공간 부문 본상을 받았다고 발표한 동구 초량동 '부산 워케이션 거점센터' 내부./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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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부근 아스티호텔 24층에 있는 ‘부산 워케이션(Workation=Work+Vacation, 휴가지에 머물면서 일을 해 효율성을 높이고 재충전도 할 수 있게 하는 근무형태) 거점센터’가 세계적인 디자인상인 ‘iF 디자인 어워드 2024′ 본상(사무공간 부문)을 받았다. ‘iF상(독일)’은 ‘레드닷(독일)’, ‘IDEA상(미국)’과 함께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힌다.

부산시는 “탁 트인 바다 전망을 잘 활용하면서 업무공간을 효율적으로 배치한 ‘부산 워케이션 거점센터’의 공간 디자인이 세계로부터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바다’라는 부산의 고유성, 정체성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디자인의 반열에 오른 셈이다.

‘iF디자인상’ 수상처럼 남이 하는 유행에 따라, 좋은 것은 무조건 쫓아서 하는 식이 아니라 부산만의 고유성, 현장성에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입혀 문제를 해결하거나 뛰어난 성과를 올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시 시설계획과 이지원 주무관은 지난 달 29일 ‘지하차도 침수대비 비상대피로 및 대피장치 설치’로 부산시 적극행정공무원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하차도 비상대피로 및 대피장치 설치’는 지난 2020년 7월 폭우로 인해 3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침수사고, 작년 7월 14명이 숨졌던 청주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 등과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한 대책.

부산 시내 34개 지하차도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은 이 주무관은 ‘궁평2 침수사고’ 후 초량지하차도·동래구 우장춘지하로 등 현장 전부를 돌아봤다. ‘침수 사고시 지하차도 안에서 대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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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인한 침수시 잡고 밖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부산 남구 대남지하차도 진출입구 벽에 설치된 핸드레일./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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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차도 진입 차단, 폭우시 진입금지 문자 표출 등 외부에서 대응하는 방안에 치중하고 있었던 종전과는 ‘반대 방향’이었다. 현장 경험에 문제 고민을 더해 ‘지하로 밖’에서 ‘지하로 안’으로 발상 전환을 한 셈이다. 학계, 업계 등 다른 영역의 전문가들과 이 아이디어에 대해 협의, 중지(衆智)를 모았다.

그 결과, 지하차도 안에 있는 배수펌프실 등을 통해 밖으로 탈출할 수 있는 대피로를 확보하거나 대피로가 없는 경우 지하차도 벽에 물이 차도 천장쪽으로 피할 수 있는 비상사다리와 진출입구 초입에 손으로 잡고 밖으로 옮겨갈 수 있는 대피유도 핸드레일, 침수시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구명조끼 등을 넣어두는 인명구조함 등을 설치하자는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부산시와 각 구·군은 이 주무관의 제안을 수용해 작년 10월 이후 대피로가 있는 9곳을 정비하고 나머지 24곳의 경우 대피장치를 설치하고 있는 중이다. 3월 현재 남구 대남지하차도 등 5곳에 대피장치 설치를 마쳤다. 올해 추가로 11곳에 이 장치를 설치할 계획이다.

부산시 규제혁신단 측은 “지하차도 대피장치 설치는 전국 처음”이라며 “초량 등 지하차도 관리란 현장 경험과 관찰, 고민이 새로운 창의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1월 이후 3년 이상 한국을 휩쓸었던 ‘코로나 팬데믹’ 당시 국민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감염여부 검사를 받게 해준 ‘양방향 워킹스루 부스’는 부산발 발명품이었다. 남구보건소 안여현 의무사무관이 “검체 채취 의료진 등이 피검사자 폭주로 번아웃이 되고 국민들도 불편과 감염우려로 불안해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없을까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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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31일 부산 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 마련된 '초스피드 양방향 워킹스루 부스'에서 안여현 의무사무관이 코로나 진단검사를 하고 있다./부산 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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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엔 검사 받으려는 사람들이 음압 부스 안에 들어가 바깥에 있는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했는데 1번 채취 후 부스 안을 소독하고 다음 사람을 받는 식으로 운영돼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었다. 그러나 안 사무관이 2020년 3월 창안해 만든 새 부스는 외부보다 압력을 높게 한 양압상태의 부스 안에 의료진 등이 들어가고 시민들은 바깥에서 검체 채취를 받고 지나가는 방식이었다.

부스 안을 검사 때마다 소독하지 않아도 되고 검사를 받는 사람도 야외에서 검체 채취를 받으면 되니 감염 우려가 없었다. 채취 시간과 노력이 엄청 줄었다. 효과가 증명되자 이 부스는 1개월여 만에 전국으로 확산됐고 그해 8월엔 국제표준으로 등록됐다.

이 부스의 현장 혁신 사례는 학계의 연구 대상이 됐다. 부경대대학원 정현민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이 사례를 연구, 지난해 8월 한국지방정부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코로나 팬데믹 위기극복과 실천가의 디자인적 전략 사고에 관한 연구’란 논문을 발표했다.

정 교수는 “’양방향 워킹스루 부스’는 기존 의학지식이나 단순 경험에 머물지 않고 그 문제를 보는 ‘프레임 워크’를 바꾸고 성찰적 사고와 과정을 통해 혁신적 현장 지식·전문성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부산’, ‘현장’ 등에 기반한 창의·혁신은 민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동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과 학생 김민기(23)씨 팀은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차세대융합콘텐츠산업협회 등이 주최하는 ‘XR(확장현실)디바이스 콘텐츠 아이디어톤’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들은 지역의 자폐아동을 XR 기기를 활용해 치료하는 체계에 대한 콘텐츠로 경연에 참가했다.

김민기씨는 “지역 사회복지관 자폐아동 자원봉사를 하면서 자폐아동 가정이 지역엔 없는 치료 보조 프로그램으로 불편함을 겪는 걸 보고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자는 생각에 이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부경대대학원 정 교수는 “변동이 심하고 불확실하며 복잡하기 짝이 없는 요즘 같은 시대엔 객관적, 보편적인 기존 지식만 가지고 중앙의 정책에 따라하기만 하거나 시키면 시키는대로만 해선 ‘잼버리 사태’, ‘이태원 사고’ 등의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며 “지방의 고유성, 지방만의 현장에 바탕한 스스로의 혁신적 성찰과 도전은 더욱 많아지고 키워져야 제2잼버리 사태 등을 막고 지방 발전의 근원적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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