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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지하철 미어터지고 항공기 무더기 결항… 숨막히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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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에 시민 불편·피해 잇따라

조선일보

출구는 어디쯤… 역 빠져나가는 게 전쟁 - 28일 아침 서울 지하철 시청역 안의 모습. 지하철에서 내린 직장인들이 역 밖으로 나가기 위해 출구에 몰려 있다. 이틀 연속 쏟아진 폭설 때문에 지하철역은 평소보다 더 붐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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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부터 내린 폭설로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 피해가 속출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이틀간 항공기 321편이 결항했다. 367편은 지연 운항했다.

27일 오후 2시 30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가려던 항공기는 여러 차례 출발이 지연된 끝에 28일 오전 6시쯤 결국 결항했다. 승객들은 16시간 가까이 공항에서 애를 태웠다.

27일 오후 6시 15분 인천공항에 내리려던 스페인 마드리드발(發) 여객기는 인천공항 상공을 빙빙 돌다가 연료가 계속 줄어들자 오후 8시쯤 김포공항에 착륙했다. 이 여객기는 김포공항에서 연료를 채운 뒤 오후 11시쯤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하지만 폭설로 줄줄이 지연된 항공기가 공항 주기장 등에 몰리면서 승객을 내릴 수가 없었다. 승객들은 인천공항에 착륙하고도 원래 도착 시간보다 8시간 늦은 28일 오전 2시 30분에야 땅을 밟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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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비행기 언제쯤… 인천공항 무더기 지연·결항 - 28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승객들이 항공기 운항 상황을 보여주는 전광판을 지켜보고 있다. 폭설 때문에 항공편 대부분이 지연되거나 결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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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중인 이모(45)씨는 이틀째 귀국도 못 하고 있다. 그는 원래 27일 오후 4시쯤 후쿠오카발 항공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들어올 계획이었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5시간을 기다렸지만 폭설로 인천공항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항공편이 결국 결항됐다고 한다.

28일 아침 수도권 주민들은 ‘출근난’을 겪었다. 직장인들이 지하철 등 대중교통으로 몰린 데다 폭설로 수인분당선과 서울 지하철 1호선, 경의중앙선 일부 열차가 10~20분씩 지연 운행했기 때문이다.

수인분당선 수원역에서 만난 직장인 이동규(35)씨는 “눈이 많이 내려 오늘은 지하철을 타려고 나왔는데 이틀 연속 지각하게 생겼다”고 했다. 수인분당선 야탑역은 승객이 몰려 승강장부터 개찰구 밖까지 대기줄이 이어졌다. 직장인 김지연(32)씨는 “승강장까지 가는 데 20분 넘게 걸렸다”고 했다. 코레일 측은 “선로에 쌓인 눈과 나뭇가지를 치우느라 열차 출발이 지연됐다”고 했다.

이날 경기도교육청은 휴교령을 내렸다. 경기도 내 초등학교 337곳 등 학교 1337곳이 휴교했다.

지붕이 무너지고 나무가 쓰러지는 사고도 잇따랐다. 이번 눈은 물기를 많이 머금어 보통 눈보다 3배가량 무거운 습설(濕雪)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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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일부 빼고 하얗게 뒤덮인 한반도 - 28일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 사진에 한반도 중부 내륙을 중심으로 눈(흰색 부분)이 쌓여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반도 주변 바다에 있는 흰색 부분은 눈과 비가 섞인 구름이다. 27~28일 경기 용인 47.5㎝, 서울 관악 41.6㎝ 등 적설을 기록했다. 항공편이 대거 결항·지연되고 일부 열차도 10~20분씩 지연됐다. /나사 월드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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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5시쯤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주택에서 60대 남성이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나무에 깔려 숨졌다.

오전 9시쯤 강원 횡성군에서는 축사 지붕이 무너지면서 70대 남성이 사망했다. 경기 안성 한우 농가에서는 축사 지붕이 무너져 소 19마리가 고립되기도 했다.

낮 12시쯤 경기 안성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도 천장이 내려앉아 70대 근로자 1명이 숨졌다. 경기 안양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지붕이 무너져 60대 여성 손님 1명이 다치는 일도 있었다. 앞서 이날 오전 1시 30분쯤에는 경기 의왕에 있는 도깨비시장의 천장이 내려앉았다. 시장 관계자는 “새벽이라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복구에 두세 달은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비닐하우스가 무너지는 피해를 당한 농가도 많았다. 이날 오전 0시 50분쯤 경기 과천의 비닐하우스 2동이 무너지면서 이재민 7명이 발생했다.

정전과 단수 사고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이날 오전 6시 50분쯤 서울 마포구에서는 가로수가 쓰러지면서 전선을 덮쳐 750가구가 정전 피해를 당했다. 마포구 창전동에서는 쓰러진 나무가 배수지 근처 전선을 덮쳐 270가구에 수돗물 공급이 끊겼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서도 정전으로 1200여 가구가 불편을 겪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폭설로 인한 정전 사고는 총 131건으로 집계됐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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