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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칼자루 휘두르는 머스크, 해고 대상 공무원 실명까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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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폭탄 논란’ 혁신인가 폭주인가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19일(현지 시각) 스페이스X 로켓 발사 참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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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돈독한 유대 관계를 보여주면서 최측근임을 과시해 ‘퍼스트 버디(대통령의 단짝)’ ‘공동 대통령’이라는 별칭까지 얻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엔 정부 혁신 문제를 놓고 연일 ‘말폭탄’을 쏟아내고 있다. 신설되는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에 지명된 머스크는 각종 연방정부 보조금과 공무원 인력을 대폭 축소해 정부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머스크 역시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받아 사업하고 있는 만큼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머스크는 27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을 없애라. 중복되는 규제 기관이 너무 많다”고 썼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2010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설립한 이 기관은 금융회사를 규제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금융 감독 기구의 역할을 해왔다. 이 때문에 종종 공화당과 기업 옹호 단체들의 표적이 돼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정부효율부 수장인) 머스크가 기관을 직접 지목함으로써 CFPB는 트럼프 정부에서 폐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미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머스크가 대선 과정에서 약 2억달러(약 2800억원)를 트럼프에게 쏟아부으며 두터운 신임을 얻고 ‘정부효율부 수장’이 된 만큼 그의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트럼프는 정부효율부의 약자를 ‘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로 정했는데, 이는 머스크가 과거 “비트코인보다 낫다”며 적극적으로 띄운 가상 화폐 ‘도지코인(dogecoin)’ 이름과 같을 정도다.

머스크는 지난주에도 미 보건복지부, 주택도시개발부, 국제개발금융공사 등의 기후 관련 공무원 네 명의 이름과 직책을 X에 공유하며 “가짜 일자리가 너무 많다”고 썼다. 2억명이 넘는 머스크 계정의 구독자들로 하여금 사실상 이들을 공격하게 하는 ‘좌표찍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머스크가 지목한 한 공무원은 머스크의 글이 올라온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폐쇄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성규


머스크는 ‘한다면 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는 만큼 미국 공무원 사회엔 그의 표적이 될까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해 비용 절감 명목으로 약 8000명에 달하는 직원의 80%를 대량 해고하며 인력을 1500명 수준까지 줄였다. 대선 기간 동안엔 연방 정부예산을 “최소 2조달러(약 2800조원) 줄일 수 있다”며 정부 기관과 공무원 대폭 축소를 주장한 바 있다. 머스크는 “(428개에 이르는) 연방 기관은 99개면 충분하다”면서 “재택근무를 없애고 공무원들을 주 5일 사무실에 나오게 하면 많은 수가 자발적으로 그만둘 것”이라고 했다.

머스크는 25일에는 미국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를 콕 찍어 “F-35는 비싸고 복잡한, 모든 것을 조금씩 할 수 있지만 어느 것도 뛰어나게 잘하지 못하는 기체가 됐다”며 “F-35 같은 유인 전투기를 만드는 멍청이들이 아직 있다”고 했다. 이 역시 지난해보다 10% 증가한 미 국방부의 F-35 관련 예산(약 4850억달러) 삭감을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머스크의 이러한 정부 기관에 대한 불신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 우주 기업 스페이스X 등 자신이 여러 기업을 확장하던 과정에서 정부 규제에 부딪혀 갈등을 빚었던 체험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8년 머스크는 자신이 소셜미디어에 글을 쓸 때마다 테슬라 주가가 요동치는 문제로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사기 혐의로 고발당하는 등의 갈등을 벌이다 테슬라 이사회 의장직에서 사퇴한 적이 있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머스크가 정부의 예산 낭비를 문제 삼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운영하면서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승무원을 운송하는 약 49억달러(약 6조8400억원)짜리 사업을 항공우주국(NASA)과 체결하는 등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 이런 머스크가 앞장서서 정부의 보조금을 축소하고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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