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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英여왕 흉상에 잼·수프 덕지덕지… 환경단체, 또 ‘테러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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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빅토리아 여왕 흉상에 잼과 수프를 바르고 있는 환경단체 활동가들. /엑스


세계 곳곳에서 환경단체들이 유명 미술품이나 랜드마크를 훼손하는 방식의 ‘테러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환경운동가들이 영국 한 미술관에 전시된 빅토리아 여왕 흉상에 잼과 수프를 끼얹는 일이 벌어졌다.

4일(현지 시각) 가디언 등에 따르면, 환경단체 ‘디스이즈리짓’(This Is Rigged) 활동가 2명은 전날 오전 11시 55분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켈빈그로브 아트 갤러리 앤 뮤지엄에서 빅토리아 여성 흉상을 훼손하는 방식의 시위를 진행했다. 식량 불안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보면, 이들은 여왕 흉상 머리에 수프를 쏟고는 딸기잼으로 추정되는 빨간색 잼을 손에 덜어 얼굴과 가슴쪽에 덕지덕지 묻혔다. 흉상 받침대에는 분홍색 스프레이로 여성 생식기를 저속하게 이르는 비속어를 적었다. 카메라를 향해선 “우리는 빅토리아 시대로 회귀하는 것을 거부한다” “괴혈병, 구루병 등 기아로 인한 질병이 증가하고 있다” “자유는 아침 식사에서부터 시작된다” “식량은 인간의 권리” 등을 외쳤다. 이후 흉상 받침대 양옆에 각각 앉아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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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상 받침대에 스프레이로 비속어를 적은 뒤 양옆에 앉은 시위자들. /엑스


이번 시위로 켈빈그로브 아트 갤러리 앤 뮤지엄은 일시적으로 폐쇄됐다. 흉상은 손상 정도가 평가될 때까지 전시되지 않을 예정이다. 미술관 측은 “영구적인 손상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흉상 받침대에 적힌 욕설은 지워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활동가들은 기물 파손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스코틀랜드 경찰 대변인은 “각각 23세와 30세 여성 2명이 체포 뒤 기소됐다”며 “나중에 글래스고 법원에 출두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석방됐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이 속한 환경단체는 식량 불안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비슷한 방식의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정부와 기업을 향해 분유 가격을 2021년 3월 가격으로 낮추고, 500가구마다 지역 식품 인프라를 구축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환경단체의 과격 시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활동가들은 같은 날 글래스고에서 열린 2024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경기에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난입했다가 끌려 나갔고, 지난달 19일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있는 영국 왕실의 홀리루드 궁전에 들어가 식당을 점거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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