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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무정부상태’ 아이티, 갱단 습격으로 4000여명 탈옥···정부 비상사태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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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폭력 사태로 인해 아이티 거리 곳곳에서 불이 나고 있는 가운데 한 시위자가 총리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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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단이 국토 대부분을 장악하며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진 아이티에서 갱단원들이 교도소를 급습해 4000여 명의 수감자들이 탈옥하고 십수 명이 사망하는 등 폭력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아이티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통행금지 조치를 내렸다.

3일(현지시간)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전날 밤 갱단들이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아이티 최대 교도소인 국립교도소를 습격해 재소자 대부분이 감옥에서 탈출했다. 전체 수감자들의 약 97%인 3600여명이 탈옥했으며, 현재 감옥에 남아있는 사람은 100명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티 정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갱단들이 수감자들을 탈옥시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면서 다수의 수감자와 교도소 직원들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려운 시기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행동해 준 국민들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도주하는 죄수들을 추적하고 이러한 행위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체포하기 위해 경찰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티 정부는 사태를 진압하고 치안을 되찾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또 이날부터 포르토프랭스를 포함한 서부 지역에 대해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통행금지를 시행하기로 했다.

탈옥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에도 교도소의 문은 여전히 열려있고 대부분이 비어 있는 상태였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또 교도소 안뜰에서 일부 수감자들의 시신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소 주변의 거리 곳곳에서도 최소 15명의 시체가 발견됐다고 EFE통신은 보도했다.

한 수감자는 로이터통신에 “내 감방에 나 혼자만 남아있다”며 “잠을 자고 있을 때 총소리가 들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재소자인 제임슨 라파엘은 “폭력 사태로 인해 교도소 인근에서 많은 사람들이 숨졌다”고 전했다. 수감자들은 그간 겪었던 교도소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서 토로하기도 했다. 한 60대 남성은 “곰팡이가 핀 음식을 주고, 물도 살 수 없었다”면서 “어머니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교도소에 남아있는 수감자 중에는 2021년 조브넬 모이즈 전 아이티 대통령 암살 혐의로 기소된 전직 콜롬비아 군인 18명 등도 포함됐다. 이들은 감옥에서 나갈 경우 살해되거나 추방될 수 있다는 우려로 탈출하지 않고 교도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한 명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교도소 안에서 무차별 학살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나는 결백하기 때문에 도망치지 않았고, 여기에 얼굴을 드러낸다”고 밝혔다. 콜롬비아 외교부는 아이티 당국에 이들에 대한 특별 보호를 요청했다.

갱단과 경찰의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거리 곳곳에서 총격과 폭력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갱단은 경찰서 2곳을 장악했고, 사흘 전 4명의 경찰관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학교와 기업 등은 문을 닫았고, 한동안 통신도 단절됐다.

이번 공격은 ‘바비큐’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는 갱단 리더 지미 셰리지에의 소행으로 지목되고 있다. 셰리지에는 자신의 목표는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를 퇴진시키고, 경찰서장과 장관 등을 붙잡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앙리 총리는 현재 다국적군 파견과 관련해 논의하기 위해 케냐를 방문 중이다. 지난달 초 사퇴를 약속했던 앙리 총리가 자리를 지키겠다는 뜻을 밝힌 뒤 포르토프랭스를 중심으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앙리 총리의 귀국 날짜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날 아이티 정부의 성명은 파트릭 미셸 부아베르 경제장관이 총리 대행 자격으로 발표했다.

모이즈 전 대통령 암살 이후 대통령을 비롯한 선출직 공무원이 단 한 명도 남아있지 않은 아이티 내 폭력 사태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 1월에만 1100명의 사상자와 납치자가 발생했고, 최근 며칠 동안 1만5000명이 집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이후 아이티에서는 선거가 열리지 않고 있으며, 최근 앙리 총리는 2025년에 선거 일정을 잡기로 합의했다고 엘파이스는 보도했다.


☞ “바나나 나무까지 동원해 방어”… 아이티, 갱단 공격으로 폭력 급증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401191442001



☞ [사이월드] 식민지배가 낳고 총기 밀매가 키운 ‘갱판’…책임지는 선진국이 없다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309260600025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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