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2 (월)

카페트 위에 펼쳐진 몽환적인 프랙털구조…사진인가, 사진이 아닌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Thomas Ruff ‘d.o.pe.03’(2022), Colaris print on velour carpet267 x 200 cm PKM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대 290㎝에 이르는 거대한 카페트에 인화한 화려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프랙털 구조. 우주망원경으로 바라본 우주의 모습 같기도 하고, 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세포 속 모습 같기도 하다. 인화지가 아닌 부드러운 카페트에 인화해 화려한 색감과 패턴에 깊이감과 공간감이 더해져 시원적이며 장엄한 풍경을 연출한다. 현대 사진예술의 거장으로 불리는 토마스 루프의 신작이다. 국내에서 20년 만에 열리는 루프의 개인전 ‘d.o.pe’가 서울 종로구 PKM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 작품들은 사진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카메라가 관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술가로서 갖가지 테크닉을 탐구하는 연구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입니다. 작업을 하다보면 천장을 뚫고 나아갈 때가 있죠. 이번 경우가 그런 경우입니다.”

지난 21일 PKM 갤러리에서 루프를 만났다. 루프는 자연과 인공세계에서 모두 발견되는 반복 구조인 프랙털구조의 패턴을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작품에 깊이감을 더하기 위해 거대한 카페트 위에 인화했다.

경향신문

토마스 루프 ‘d.o.pe’ 전시장 전경. PKM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프랙털구조 이미지들은 일견 자연스러우면서도 기술적인 느낌을 줍니다. 우주인지, 피부 조직의 이미지인지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죠. 이 작업들은 오늘날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이미지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현재 사진이 직면한 큰 문제는, 사람들은 사진을 보면서도 더이상 무엇이 진짜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있다는 거죠.”

루프는 1980년대 중반 초상사진 연작으로 이름을 알렸다. 사진이라는 매체의 한계를 실험하고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사진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초상사진’과 같이 구상적인 작품을 선보이는가 하면, 천문학에 매료돼 천체사진을 ‘별’ 시리즈로 찍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포르노 이미지의 픽셀을 보이지 않도록 처리한 ‘누드 사진’ 시리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도프는 자신의 다양한 작업들에 대해 “서로 연관 없어 보이는 작업을 하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도 혼란에 빠진 적이 있다”며 “각기 다른 가지가 자라난 나무와 같은 것이 저의 작업세계라고 깨달았다. 구상적 사진의 가지가 있다면 추상적 사진·비사진적 작업이 나오는 나무가지도 있다. 서로 다른 기법의 가지로 이뤄진 하나의 나무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Thomas Ruff ‘d.o.pe.08’(2022), Colaris print on velour carpet, 180 x 290 cm PKM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작품명이자 전시명인 ‘d.o.pe’는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지각의 문>(1954)에서 따왔다. 인간이 화학적 촉매제를 통해 의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고 본 헉슬리의 자전적 에세이다. 루프는 “1970년대 히피들의 반문화 운동, 약물을 통해 환상에 빠져들고 예술을 탐구하는 ‘사이키델릭’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루프가 창조한 프랙털구조 또한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과 달리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심해 속이나 우주 한 가운데 있는 듯, 상상과 현실 사이 어디쯤을 유영하는 기분을 관람객에게 선사한다. 4월13일까지.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진보? 보수? 당신의 정치성향을 테스트해 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