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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만물상] ‘우주 광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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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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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1월 달에 착륙한 아폴로 14호의 선장 앨런 셰퍼드가 기발한 이벤트를 기획했다. 지구의 6분의 1인 달의 중력을 보여주기 위해 6번 아이언으로 골프공 2개를 쳐서 날린 것이다. 골프공이 멀리 날아간다면서 “마일즈, 마일즈(miles and miles)”를 외쳤다. 당시 달에서 전송된 흐린 TV 화면으론 브랜드 식별이 안 됐지만, 그가 휘두른 골프채는 윌슨(wilson) 브랜드였다. 그가 날린 골프공 2개는 지금도 달에 남아 있다.

▶인류 최초로 달을 밟은 우주인 닐 암스트롱은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그의 사인은 1000달러에 팔릴 정도였다. 20년 단골 이발사가 암스트롱의 머리카락을 3000달러에 판 사건도 있었다. 요즘 같은 민간 우주개발 시대라면 ‘달에서의 아이언 샷’, ‘광고 모델 닐 암스트롱’은 천문학적 광고 수익을 창출했을 것이다.

▶기업 협찬을 금기시한 미국 나사(NASA)가 광고 마케팅을 허용한 사례가 한 번 있었다. 1980년대 우주왕복선이 대중의 관심을 끌자, 코카콜라가 자사 음료를 우주선에 실어달라고 집요하게 매달렸다. 뒤질세라 펩시까지 가세하자 나사는 우주에서 콜라를 마시는 이벤트를 허용했다. 이 장면을 위해 두 회사는 500만달러를 지출했다. 피자헛은 1999년 달에 레이저 빔을 쏘아 지구에서 피자헛 로고를 보게 만드는 이벤트를 기획하다 미국 텍사스 크기의 레이저 투사 면적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답을 듣고 포기했다.

▶지난 22일 달에 착륙한 미국 민간 기업의 무인 우주선 오디세우스의 몸체엔 아웃도어 브랜드 컬럼비아 로고가 붙어 있었다. 컬럼비아가 우주선 개발 자금을 지원하며 광고를 조건으로 내건 것이다. 작년 4월 일본의 무인 달 착륙선 하쿠토-R에는 일본항공, 스즈키 등 일본 협찬 기업들의 로고가 찍혀 있었다.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우주개발 시대가 열리면서 ‘우주 광고’가 새 사업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영국 신문 더타임스는 “맥도널드가 달에 광고판을 세우는 날이 오겠다”고 보도했다.

▶미국, 러시아에선 우주 마케팅 기업이 생겨 다양한 우주 광고 사업을 제안하고 있다. 이들은 고도 600㎞ 이하 저궤도에 10㎝ 남짓한 초소형 인공위성(큐브샛)을 수천 개 띄우고, 태양광을 반사하거나 레이저를 쏘는 방식으로 기업 로고를 우주에 새기는 ‘우주 광고판’을 제안하고 있다. 대도시 상공을 돌면서 1분씩 광고하고 도시를 이동하면 1년에 1억달러 이상 광고 수익을 낼 것이란 사업 계획서다. 밤하늘까지 별이 아니라 광고판으로 뒤덮이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김홍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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