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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윤흥길 “나는 글을 써야만 연명 가능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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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문신’ 35년만에 완간

경향신문

27일 윤흥길 작가가 서울 중구 정동 프란체스코 회관에서 대하소설 <문신>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문학동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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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흥길 작가(82)의 소설 <문신>(문학동네)이 35년 만에 완간됐다. <문신>은 일제강점기 대지주 최명배 집안을 배경으로 폭력적인 시대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기회주의적인 친일 행보로 막대한 부를 쌓은 아버지 최명배, 세상 모든 것에 냉소를 품은 병약한 큰아들 부용, 강인한 신앙으로 아버지에 맞서는 큰딸 순금,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꿈꾸며 아버지를 ‘악덕지주’라 부르는 막내아들 귀용 등의 엇갈린 신념과 갈등을 통해 시대의 일면을 그려냈다.

‘밟아도 아리랑’이라는 제목으로 1989년 문예지 ‘문학과 비평’에 처음 연재된 이 작품은 ‘문학과 비평’이 폐간되면서 연재가 중단됐다. 다른 문예지에서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으로 이름을 바꿔 연재됐지만 해당 문예지가 또 폐간됐다. 이후 윤 작가 건강상의 문제 등으로 집필이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문학동네의 제의로 2018년 <문신>이라는 제목으로 3권까지 출간됐다. 5년 만에 두 권이 더 출간되면서 비로소 완간됐다. 2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윤 작가는 “(분량상) 대하소설이라고 부를 수 없어서 ‘중하소설’이라는 신조어로 작품을 부르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마지막 두 권을 쓰는 데 5년이 걸려 부끄럽기도 하다”면서도 “막판에는 건강이 너무 나빠져서 ‘이러다 사람이 죽는 수가 있겠구나’ 생각할 정도로 악전고투했다. 내 스스로 모든 힘을 기울여서 노력 끝에 얻어낸 ‘필생의 역작’이다”라고 말했다.

전쟁터 나가기 전 문신서 모티브
일제 강점기 대지주 집안 이야기
엇갈린 가족 신념 통해 시대 묘사


그가 이 작품을 통해 나타내고자 한 것은 우리 민족의 귀소본능이다. ‘부병자자(赴兵刺字)’ 풍습과 남태평양 팔라우섬에서 불려진 ‘밟아도 아리랑’이 모티브가 됐다. 부병자자는 징집되는 군인들이 전쟁터에 가기 전 몸에 문신을 새기는 풍습이다. 윤 작가는 “전쟁터에서 죽더라도 가족들이 문신을 보고 시신을 식별해 고향 선산에 묻어주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은 게 부병자자다. 6·25까지 그 형태가 남아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그보다 전인 왜란이나 호란 때에도 부병자자 풍습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밟아도 아리랑’은 일제강점기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징용자들이 가혹한 노역과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리면서 불렀던 노래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밟아도 밟아도 죽지만 말아라/ 또다시 꽃피는 봄이 오리라” 노랫말엔 악착같이 살아남아 고향에 돌아가겠다는 징용자들의 의지와 꿈이 담겨 있다.

<문신>의 독자들 중 일부는 작품이 쉽게 읽히지 않는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독자들에게 불친절해보고자 했다고 한다. “전라도 토속정서를 살리기 위해 문장도 판소리 율조 비슷하게 흉내를 냈습니다. 조사나 토씨 등도 많이 생략했지요. 고등학교 때부터 짬날 때마다 국어사전을 펼쳐봤는데 그렇게 얻은 낱말들도 많습니다.”

윤 작가가 50년 넘게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은 ‘운동’이다. 어려서부터 해 온 운동은 한자리에 앉아 장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한 원동력이자 소설의 뚝심이 됐다.

“3년간 소설을 한 편도 못 썼을 때가 있어요. 그러니까 사는 것 같지 않고 너무 재미없는 세상이더라고요. 나는 소설을 써야만 연명이 가능한 사람입니다.”

경향신문

소설 <문신> 1~5권. 문학동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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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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