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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김하성 단독 인터뷰] “노력이 나의 재능…어제보다 강해야 MLB서 살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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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3월 서울개막전 오타니와 대결

“메이저리그는 타고난 신체와 재능을 합친 선수들로 가득합니다. 저는 노력밖에 가진 게 없지만, 노력도 재능 아니겠습니까.”

지난 시즌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김하성(29) 입지는 남달랐다. 한국인 선수 최초로 MLB 골드 글러브(Gold Glove) 유틸리티(utility) 부문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유틸리티는 다양한 수비 위치를 포괄하는 야수를 대상으로 한다. 유격수 외에 2루수·3루수를 오간 그는 비록 유격수 부문은 놓쳤지만 유틸리티 부문을 거머쥐며 당당히 리그 최고 선수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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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한국 야구사를 새로 쓰고 있는 김하성을 지난 2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애리조나주(州) 피닉스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만났다. 그는 오전 연습과 ‘개인 정비’를 마치고 오후 1시쯤 운동장을 가로질러 달려왔다. 진지한 표정으로 악수를 건네는 손을 잡자 맨손인데도 글러브를 낀 듯한 기분을 줬다. 연습으로 다져져 단단하고 두껍고 거대했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재능’은 타고났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돋보이는 선수가 됐습니다. 운도 따르지 않았을까요.

“미국에 와서 더 느꼈지만, 체격 조건이 좋은 선수가 너무 많아요. 거기에 타고난 재능까지 갖춘 선수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런 선수들 앞에서 ‘운이 좋아서’라는 말을 할 수가 없어요. (상대적으로) 주어진 게 부족하기에 노력으로 최대한 커버하려 했습니다. 이런 선수들과 최대한 오래 선수 생활을 하려면 정말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어요. 노력은 (때때로) 재능을 뛰어넘는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김하성은 “어마어마한 선수들과 경쟁하려면 하루하루, 한 해 한 해가 너무나 힘들지만 노력할 수 있는 것도 재능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하성은 초등학생 때도 경기에서 지면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 한쪽 구석에 가서 몸을 웅크리고 울었다고 한다. 아버지 김순종씨는 “하성이의 근성은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다”고 했다.

-(한국) 프로야구 데뷔 때와 비교하면 근육이 정말 많이 늘었는데요.

“예전부터 홈런을 치고 싶어했었는데 전에는 그 체격으론 홈런을 치기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벌크업(근육 늘리기)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노력과 웨이트트레이닝이 쌓여서 이런 몸을 만들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는 “벤치프레스, 스쿼트, 데드리프트 합쳐 500㎏은 넘게 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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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노력으로 거대한 벽을 넘어서다 -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이 지난 18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도중 수비 연습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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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자유계약 선수)에서 후안 소토, 피트 알론소, 폴 골드슈밋 등 MLB 최고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분이 어떤가요.

“좋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하죠. 그런데 아직 그 정도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그 정도는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게 하는 동기 부여 정도죠(훈련 현장에 나와 있던 김순종씨는 “하성이가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그 정도는 아니다’입니다”라고 했다).”

이날 오전 김하성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잰더 보가츠, 제이크 크로넨워스, 매니 마차도 등 수백억원대 연봉을 받는 MLB 최고 선수들과 한 조에 속해 오전 운동을 했다. 현장 관계자는 “구단에서 김하성을 동급으로 대우해주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자유계약) 선수로 풀리는 김하성을 두고 현지에서는 “(5년)1억 달러(약 1330억원) 이상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진다. 4년전 4년 2800만달러에서 3배 이상 뛴 몸값이다. 협상만 잘 이뤄지면 1억 달러를 넘겨 류현진이 세웠던 코리안 메이저리거 최고 평균 연봉(2000만달러) 기록을 깰 수도 있다.

-팬들의 관심이 온통 트레이드에 쏠리고 있죠.

“매년 트레이드에 대해 말이 많은데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을 하려고 해요.”

그의 향후 행보를 추측 할 수 있는 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김하성은 ‘추운 날씨’를 싫어한다고 한다. 처음 메이저리그에 진출 할 때 여러 팀에서 제안을 받았을 때 샌디에이고행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도 일년 내내 쾌적한 날씨가 한몫했다는 것이다.

올 시즌부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뛰게 된 이정후는 김하성과 한국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에 같이 있었다. 자이언츠에는 공교롭게 파드리스 감독을 역임했던 ‘김하성의 스승’ 밥 멜빈 감독이 지금 가 있다. 김순종씨는 “(물론 감독이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멜빈 감독이 이정후에게 ‘김하성을 꼭 데려오겠다’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아직 그 정도 선수는 아니다

-’그 정도 선수’라는 기준이 있습니까.

“목표를 조금 높게 잡는 편이에요. 정확한 수치를 말하는 건 싫어해서 공개는 안 하는데 저만의 목표는 있어요. 큰 원칙은 매년 ‘야구 선수로 커리어가 끝날 때까지 작년보다는 좀 더 성장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매년 성장할 수 있습니까.

“안 다치는 게 첫째죠. 부상당하지 않도록 몸 관리에 가장 신경 쓰고 있습니다. 지금은 ‘메이저리그에서 경기에 출전하자.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자’ 여기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첫해 타율 0.202, 8홈런, 34타점, 6도루를 기록했다. 리그 수준이 달라 비교할 순 없지만 직전 해 한국에서 거둔 성적(0.306, 30홈런, 109타점, 23도루)보다 훨씬 실망스러웠다. 지난해 9월 김하성은 미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당시엔)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겼다”면서 원형 탈모를 겪기도 했다는 사실도 털어놓은 바 있다. 3년 차인 지난해엔 0.260, 17홈런, 60타점, 38도루를 남겼다. 경기장 한켠에서 말 없이 김하성의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김순종씨는 “작년에 아쉽게 못한 홈런 20개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가 한국보다 뭐가 힘들던가요.

“가장 중요한 건 로스터(선수 명단)에 등재된 기간을 뜻하는 ‘서비스 타임’인데요, 그게 평균 2년 정도예요. 2년 하고 잘리는 선수들도 수두룩하죠. 얼마나 버티는지가 중요합니다. 전부 쟁쟁하다는 선수들이지만 경쟁이 이렇게 심하다 보니 ‘앞으로 10년을 더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때때로 들고 스트레스도 심했어요. 지금은 그냥 ‘열심히 하자’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선 운동을 하고 쉬는 시간에 팀 동료들과 이야기도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했는데, 여기선 통역 없이 소통이 되지 않으니 그것도 스트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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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스스로 선택한 길 힘들어도 극복한다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메이저리그를 꿈꾸고 도전한 사람이 저라서, 누구를 탓할 수가 없었다는 점이 오히려 도움이 됐습니다. 그래서 그냥 하루하루 버텼습니다. 그거 말고는 고를 수 있는 선택지도 없었으니까요. 또 기독교 집안이기 때문에 가족들이 저를 위해 기도해 주고 하는 게 어렸을 때부터 많은 힘이 됐던 것 같습니다(’하성’이라는 이름은 ‘하나님의 성품을 닮으라’는 말의 앞글자를 따왔다고 한다).”

-파드리스 팬들이 ‘어섬 킴(Awesome Kim)’이라면서 응원하는데, 맘에 드나요.

“선호하는 별명이 있는 게 아니라 팬들이 편하게 불러주면 그게 좋은 거라 생각합니다. 클럽하우스(선수들이 머무는 곳)에선 보통 저를 ‘키미’라고 불러요.”

-최근 축구 선수 손흥민·이강인 선수 마찰로 한국 스포츠계 연공서열 문제가 도마에 올랐는데요.

“정확한 사정을 모르긴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외국 생활을 했던 이강인 선수가) 살아온 환경 자체가 달라서 실수가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어린 선수이니까 이번 계기를 통해서 분명히 배우는 게 있을 거고 성장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격수는 유난히 까다로운 포지션인데, 왜 선호하나요.

“어렸을 때부터 운동신경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그러다 보니 (까다로운) 유격수를 계속 맡았습니다. 결국 가장 많이 해서 제일 편한 포지션이 됐습니다. 유격수가 어려운 플레이를 많이 하다 보니 야구 팬들이 더 좋아해 주고 좀 더 인정받는 포지션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다시 태어나도 야구 선수를 할 건가요.

“물론이죠. 다만, 다시 태어나면 (어릴 때부터) 조금 더 준비를 잘해서 하고 싶고,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야구선수 말고는 생각을 못해봤지만, 혹시 다른 일을 한다면 축구선수를 하지 않았을까요. 어릴 때 축구도 잘했거든요.”

자신감으로 부족한 부분 채워나간다

-오타니 선수의 ‘만다라트(목표 달성 기법)’가 유행인데요, 이와 비슷한 본인만의 루틴(반복해서 하는 일)이 있나요.

“그런 거창한 건 없습니다. 많이 먹고, 최대한 한식을 먹으려고 하는 정도입니다.”(김하성은 김치찌개와 고기류 반찬을 좋아한다고 한다. 올해부터는 김하성 어머니가 샌디에이고에 머물며 ‘집 밥’을 책임진다.) 현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는 구단 식당에 김치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구단 식당에 김치가 준비되어 있던데요.

“저 때문에 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석이(투수 고우석)도 왔고 일본인 선수도 김치를 먹으니까 구단에서 배려를 해주는 거죠.”

-가장 존경하거나 좋아하는 선수는요.

“박병호 선배를 너무 좋아해요. 야구 외적으로도 그렇고,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할 정도로 노력하는 선수예요.”

-여자친구는요?

“지금은 여자친구 없어요. 이런 부분은 별로 말을 안 하려고 합니다.”

-출루했을 때 세리모니가 독특하던데요?

“오해하는 분들이 있는데 모든 선수들이 다 똑같이 해요. 선수들끼리 팀 사기를 올리기 위해 하는 약속된 세리모니죠. 한 사람이 정하는 건 아니고 어느 순간 갑자기 ‘우리 이거 하자’고 하면 하게 되는 건데 그날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세리모니를 좀 더 크게 하거나 작게 하거나 차이가 있어요.”

-한 단어로 자신을 나타낸다면.

“‘자신감’요. 부족하지만 자신감이 그 부족함을 극복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는 아직 20대지만 말투는 유독 진지했다. “어릴 때부터 (프로) 경기에 나가서 그런지 야구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를 비교적 빨리 배웠다. 물론 아직도 부족한 게 많고 더 성숙해져야 되지 않나 싶다”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경기장을 나가는 길목에 팬 십여 명이 김하성 등 선수들 사인을 받으려고 서 있었다. 그중 한 명은 기자를 붙잡고 물었다.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에 남겠다고 했나요? 제발 남아달라고 해주세요.”

김하성은 다음 달 20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개막전에도 나와 한국 팬들에게 4년 전보다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상대는 수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 예정)가 포진한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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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미국 아리조나주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인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가운데)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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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

1995년 경기도 부천에서 태어난 김하성은 부천북초등학교 시절부터 야구를 시작해 부천중학교와 야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2014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해 2020년까지 한국프로야구에서 뛰며 올스타전 MVP와 KBO 골든글러브를 받는 등 간판스타로 활약했다. 2021년 4년간 2800만달러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하성은 첫해 8홈런 34타점에 타율 0.202로 아쉬움을 남겼다. 2022년부터 점차 출장 기회를 늘렸고 2023년엔 주전 2루수로 활약하며 152경기에서 타율 0.260, 17홈런, 60타점을 기록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거머쥐었다. 2024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김하성을 두고 현지에서는 1억달러 이상의 대형 계약을 예상하고 있다.

[애리조나=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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