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종목 거래 시작…선물 ETF 승인 대비 파급력 커
"SEC 가상자산 ETF 추가 상장 전망"…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여부 주목
미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하면서 가상화폐의 제도권 진입이 한 걸음 가까워진 모습이다. 일반투자자, 기관투자자 할 것 없이 손쉽게 비트코인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향후 대규모 자금의 유입과 맞물려 가상자산을 기초로 한 다양한 상품군이 성장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 비트코인 볕 들까?…“투자 접근성 제고·인식 개선”
미 SEC는 지난 10일(현지시각) 11개 자산운용사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서를 동시에 승인했다.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은 지난 10일 홈페이지에서 “다수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상품(ETP) 주식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했다”고 전했다. ETP는 ETF를 포괄하는 상위 개념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는 이튿날부터 본격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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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현물 ETF는 캐나다, 독일, 호주 등에서 이미 거래 중이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을 이끄는 미국에서 승인된 건 훨씬 더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2021년 승인된 선물 ETF와 견줘도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잖다. 비트코인 선물 ETF가 승인됐을 때 비트코인이 제도권 내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는 평가도 나왔었다. 하지만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비트코인 선물 ETF 출시 첫해 거래량은 17억 달러에서 1년 후 3500만 달러까지 쪼그라들며 성장세가 꺾였다. 무엇보다도 비트코인 선물 ETF의 특성상 롤오버 비용, 운용 수수료, 거래 운영시간 제한 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반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가상자산시장에 적잖은 자금을 유입시킬 전망이다. 첫 3영업일 간 거래금액은 1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는 헤지펀드, 연기금, 독립투자자문사(RIA) 등 제도권의 대규모 자본의 유입 기회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처가 비트코인 투자의 접근성을 높일 거라는 분석도 있다.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는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 이용이 어려웠던 일반투자자 및 기관투자자의 접근성 개선, 시장 유동성 증가에 따른 안정성 향상 효과가 예상된다”면서 “제도권 편입에 따른 시장 감독, 투자자 보호 및 인식 개선 등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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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타자는 이더리움 현물 ETF?…“여러 가상자산 제도권 진입 본격화”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 현금 ETF 승인이 여타 가상자산으로 확산할지도 주목된다. 리플 최고경영자(CEO) 브래드 갈링하우스는 지난 17일 다보스포럼에서 “비트코인 ETF 에 이어 미 SEC가 올해 가상자산 관련 ETF를 추가로 승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이더리움의 현물 ETF 출시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이더리움은 이미 선물 ETF 형태로 거래 중이다.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여부는 오는 5월경 최종 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임 연구위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이어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높아질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더리움은 지분증명방식(Proof of Stake, PoS) 방식의 블록체인이기 때문에 펀드가 이더리움 현물을 보유할 경우 중앙집중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이 투자자산으로 사실상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비트코인이 화폐의 대체재가 아니라는 건 누구나 인식하는 거고, 그 뉴스(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를 보면서 비트코인은 확실히 하나의 투자재로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이어 “이 투자자산이 바람직한 투자자산이냐, 이것은 변동성과 실제적으로 내재적 가치가 있는지 고민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향후 변동 폭 등을 보며 비트코인 ETF가 투자자산으로서의 어느 정도 가치가 있고 안정성이 있는지 시험할 시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희진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향후 가상자산 생태계가 탈중앙화, 탈국경 등의 강점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이번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 과정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며 “유럽, 미국 등을 필두로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적용 범위, 감독기관이 역할 등을 명시한 법안들이 정비되고 있으며, 여타국들도 자국 실정에 맞는 규제 체계를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예로 유럽연합(EU)은 지난해 6월 가상자산시장법(MiCA)을 제정했고 이를 올해 6월 30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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