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물ETF 美증시 화려한 데뷔… 국내선 '금가분리' 내세워 금지
EU 등 가상자산 제도화 속도… 장기 관점서 관련법 정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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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인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인가.’
2024년 새해를 맞이한 지 한 달이 채 안 된 지금, 금융 시장의 가장 큰 이슈를 꼽자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이다. 지난 11일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 현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가 미국 증시에서 상장한 첫날 6조원에 달하는 거래액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비트코인 현물 ETF 이슈는 다양한 기초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ETF와 가상자산이라는 두 개의 시장이 동시에 빠르게 성장하면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며 “특히 한국의 경우 비트코인 투자 수요가 클 뿐만 아니라 ETF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한국도 미국 처럼 금융당국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으로 (현물 ETF 출시 결단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개인·기관 투자가를 중심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 투자 창구를 열어달라는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중개에 대해 금지하는 입장을 분명히 내비쳤다. 비트코인 현물 ETF를 인정하면 금융 시장과 가상 자산 분리 원칙이 무너지는 ‘금가분리(金假分離)’ 원칙을 내세웠다. 23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10년 만에 결정된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금융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가상자산과 관련한 여러 논란과 쟁점 등을 다각도로 짚어 본다.
미국 증시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비트코인이 제도권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변동성이 심해 투기적 성격이 강한 비트코인이 제도권 시장에 들어가는 게 맞냐는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는 데 10년이란 시간이 걸린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국제 금융 시장에서도 아직까진 비트코인 자체를 승인하거나 보증하는 건 섣부른 일이라고 강조한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위원회의 결정은 증권이 아닌 비트코인을 보유한 ETP에 국한됐다”며 “이는 위원회가 암호화폐 자산증권의 상장기준을 승인할 의향이 있다는 신호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세계 각국에선 가상자산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을까. 일본, 미국 등 주요 국가들도 가상자산을 제도화해 육성하고 투자자 보호에 힘쓰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가상자산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를 담은 가상자산시장법(MiCA)을 통과했다. 인도는 지난해 9월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한 G20 정상 회의에서 가상자산에 관한 국가 간 프레임워크(CARF)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포괄적 시장 규제안’을 마련해 제도권 안에서 현실적인 정책을 내놓기로 결정한 셈이다. 중국 역시 대체불가토큰(NFT) 거래가 가능한 국영 거래소를 출범하고 홍콩을 글로벌 가상자산 허브로 구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일본은 최근 은행의 스테이블코인(법정화폐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코인)을 발행해 가상자산을 통한 스타트업 자금 조달 등을 허용했다.
금융당국이 불허가 입장을 밝혔다고 국내에서 비트코인과 관련한 논의가 아예 멈춘 건 아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비트코인이 확실히 하나의 투자재로 자리 잡은 것 같다”며 “투자자산으로서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고 안정성이 있는지 시험해 볼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규제 논란이 지속되자 18일 대통령실이 현물 ETF 거래 중개 및 국내 ETF 출시 재검토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비트코인 현물 ETF의 국내 승인 가능성과 관련해 “우리나라 법률 체계를 적절하게 변화시키거나 또는 해외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나라에 수용될 수 있는 방향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자본 시장의 큰 축을 형성하고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는 미국 증시에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가 상장한다는 건 제도권 자금이 비트코인에 장기 투자할 수 있는 합법적인 수단이 생김을 뜻한다”며 “현물 ETF 상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제도권 자금 유입이 가능한 영구적인 경로를 확보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장기적인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원천을 확보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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