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공매도 전면 금지

‘설마’ 했던 공매도, 금지 이유는…외신은 “선진국 전환 걸림돌 될 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금융당국, 여권 압박 못 이겨 입장 바꾼듯

과거 사례 때보다 대외환경 심각하지 않아

외신 “선진 시장 이동하는 데 걸림돌 작용”

세계비즈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매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역대 네 번째 내려진 공매도 금지 조치를 두고 금융당국은 ‘시장 신뢰 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한편에선 총선을 앞두고 무리하게 내린 결정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외신에서도 한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를 두고 선진 시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융당국은 임시 금융위원회 회의를 열고 공매도 전면 금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내년 6월 말까지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 등의 차입공매도를 제외하고 기존에 공매도가 가능했던 코스피200, 코스닥150지수 350개를 포함해 증시에 상장된 모든 종목의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해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주가가 내려가면 싸게 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방법이다. 자금력을 가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주로 활용하면서 그간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거론돼 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증시 변동성 확대와 관행화된 불법 공매도 행위가 시장 안정과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동안 공매도가 ‘글로벌 스탠다드’이며 공매도 금지를 풀지 않으면 한국 증시의 대외 신인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금융당국이 갑작스럽게 입장을 선회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총선을 앞두고 개인 투자자 표심을 의식한 여권의 압박에 못 이겨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당이 총선용 의제로 ‘김포 서울 편입’에 이어 ‘공매도 한시적 금지’를 강하게 밀어붙인 끝에 결국 금융당국이 입장을 바꿨다는 해석이다.

특히 지난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간사 송언석 의원이 같은 당 원내대변인인 장동혁 의원에게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하려고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이러한 분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또한 현재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과거에 비해 심각하지 않음에도 전격적으로 이러한 결정이 내려진 부분도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의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의심을 받는 대목이다. 앞서 공매도 전면 금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 위기 상황 등 시장 충격에서 시행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방준비제도(Fed) 결정 이후 실질금리, 달러화 가치 등이 하락하는 등 시기상 위험 요인들이 완화되는 시점이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위기로까지 여겨지지 않는 상황에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외신에서도 한국의 공매도 결정을 두고 선진 시장으로 가는 길을 위태롭게 할 뿐이라고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리서치기업 스마트카르마의 브라이언 프레이타스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공매도 금지는 신흥시장에서 선진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더욱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프레이타는 “공매도 금지로 더 이상 터무니없는 밸류에이션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지기 때문”이라며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종목에 큰 거품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도 “지수 제공업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한국을 선진국 지위로 올려놓는 데 해결해야 할 요소로 공매도 규제 불확실성을 꼽았다”며 “이번 조치로 한국 자본시장의 선진 시장 진입이 늦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