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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잡히지 않으면 심각하게 금리 인상을 고려하겠다.”
23일 한국은행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선 한은이 가계부채 관리와 금융안정 유지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여섯 차례 연속 금리동결 결정이 가계부채와 소비자물가를 잡지 못했다는 ‘실기론’도 나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통화정책의 효과를 평가해달라면서도 필요 시 금리 인상도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금리 동결이 가계대출을 늘린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어 “가계대출 증가에 더해 고물가가 성장 회복의 걸림돌이라는 인식이 퍼지는 등 한은이 통화신용정책 펼 때 중심을 잘 지켜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 총재는 “금리를 더 올릴 경우 가계대출은 잡을 수 있지만 금융시장 안정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면서 “(6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물가뿐만 아니라 물가, 금융안정, 환율 및 경기 등을 고민하는 가운데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저희 입장에선 균형있게 있다고 생각하는데, 1년~1년 반 후 평가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잡히지 않으면 심각하게 금리 인상을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우리 경제 상황을 우려하는 의견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정부는 상저하고를 얘기하는데 하반기에 성장률이 상승할 근거가 없다”면서 “지난해 11월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제시했지만, 올해 1.4%까지 낮추는 등 최악의 경제가 됐다”고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은 불황형 흑자가 장기화할 거라는 우려를 전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올해 초엔 7, 8월이면 반도체 경기가 회복될 걸로 예상했지만 10월 들어서야 회복세를 보이는 등 지연된 측면이 있다”면서 “11월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지 보고 있다. 현재는 1.4%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중국발 경제 하방 압력 우려에 대해선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중국의 성장률을 4.2%, 한은은 4.5%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최근 들어 중국 정부가 부양책을 많이 내놓고 있기 때문에 두 달 정도 더 보고 향후 어떻게 전망치를 수정해야 할지 생각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국감장엔 십원짜리 주화를 본따 만든 ‘십원빵’도 등장했다. 한은은 경주의 관광 명물로 자리잡은 십원빵에 대해 화폐 도안의 영리적 이용은 안 된다며 판매를 불허한 바 있다.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국감장에 십원빵을 들고 나와 “한은이 십원빵 판매를 금지한 건 형식적이고 권위적인 생각이다. 웃고 넘어갈 수 있는 걸 지나지체 엄격하게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미국은 달러화, 일본은 동전모양 열쇠고리를 만드는 걸 허용하고 있다. 대중의 표현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위변조하는 행위가 아니라면 문화나 예술,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건 오히려 장려해야 한다”며 유연한 규정 적용을 주문했다. 이러한 지적에 이 총재는 “유연하게 규정을 제어할 수 있는지 고려해보겠다”고 답변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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