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한 아파트 사고 현장.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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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안성시 옥산동 한 근린생활시설 신축 공사장에서 붕괴사고가 나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 2명은 베트남 노동자 형제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무엇보다 이 사업장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에 해당하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기에 향후 관련 책임자에 대한 처벌 수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이후 건설업계는 바빠졌다. 회사마다 최고안전책임자(COO)를 두며 ‘안전제일’을 외쳤다. 물론 비판의 목소리도 따라왔다. COO의 존재 이유가 실제 사고 발생시 최고 경영자의 책임을 뒤집어쓸 ‘방패막이’일 뿐이라는 지적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건설 현장의 사망사고는 적지 않다. 고용노동부의 ‘2023년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올해 1~3월 산재사고 사망자는 128명, 124건으로 집계됐다. 한 달 평균 40여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있다.
특히 건설현장 사망사고의 상당수가 중견·중소기업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내년 1월말로 다가온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은 최근 중소건설 회사의 주요 현안이다.
문제는 중대재해처벌법 확대가 모든 건설현장의 안전 규칙을 일관되게 적용해 사고를 방지하겠다는 선의의 목적으로만 볼 수 있냐는 점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 검찰에 송치된 처벌법 위반 사건은 총 66건이며, 이 중 20건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대표이사가 실형 판결을 받은 건은 중소건설사 온유파트너스 대표 A씨가 유일하다. 더군다나 대형건설사 공사 현장에서도 다수의 인명사고가 발생했지만 실제 처벌이 이뤄진 케이스는 없다.
때문에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놓고 중소건설사의 걱정이 크다. 이는 인력난에서 기인한다. 올해 상반기 5인 이상~300인 미만 중소기업 500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펼친 결과,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40.8%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맞춰 의무사항을 준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앞서 언급한 안성 공사현장의 경우, 단순히 저렴한 인건비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를 쓴 게 아니다. 애초에 일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안전관리 전문인력까지 배치할 여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중소기업들이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을 연기해달라는 주장에도 고개가 끄덕여질 법 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하게 된 이유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는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가 있는 기업체의 CEO까지 처벌해 일벌백계하겠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일부 대기업에서 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서류조작까지 일삼다 적발되는 경우도 생겼다.
남아도는 인력으로 안전 방패막이를 삼는 대형사들은 처벌을 요리조리 피하
고 있고, 모범을 보여야 할 주택공기업은 퇴직 임원을 전관업체에 취직시키며 잇속을 챙기느라 철근을 빼먹었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업체는 공기를 맞추느라 미숙련 노동자나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써야 하는 실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현장 등 광범위한 공사현장에서 인명사고를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다 줄 정책은 틀림없어 보인다. 다만, 현실을 좀 더 냉정히 볼 필요가 있다.
10년 차 건설현장 근로자 A씨는 “현장에 2∼3년 어깨너머로 배워 건물을 짓는 노동자가 대부분”이라며 “미숙련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훈련과 교육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에서 처벌만 강화한다고 될 일인가”하고 반문했다.
건설 현장이 항상 몇백 세대 대형 단지만 있는 게 아니다. 후진국형 재해로 불리는 건설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징벌적 정책 시행에 더해 안전관리 전문 인력의 양성과 지원을 위해 필요한 일을 고민해야 한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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