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8 (월)

이슈 드론으로 바라보는 세상

새 전장 된 흑해... 우크라 수상드론, 러 군함·유조선 연이어 공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러시아 군함·유조선 연이어 타격

조선일보

지난 4일(현지 시각) 흑해의 러시아 항구도시 노보로시스크의 해군 기지 인근에서 우크라이나의 수상 드론(무인정)이 러시아 군함 ‘올레네고르스키 고르냐크’호에 접근하는 모습. 카메라와 안테나 등을 갖추고 원격 조종되는 이 무인정에는 450kg의 폭발물이 실려 있었다고 우크라이나 해군이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공격이 점점 대담해지고 있다. 러시아의 해상 봉쇄가 벌어지고 있는 흑해에서 수상 무인정(수상 드론)을 이용한 기습을 실행해 러시아 군함과 유조선을 잇따라 타격했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항인 오데사 등지를 폭격해 곡물 수출을 방해하고 나서자 이에 대해 본격적 ‘보복’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흑해가 양국의 새 전장(戰場)으로 떠오르면서 확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 해상·내륙 교통청은 5일(현지 시각) “러시아 유조선 SIG호가 4일 밤 11시 20분쯤 크림대교가 지나는 케르치 해협 남쪽 27㎞ 지점에서 우크라이나의 수상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케르치 해협은 우크라이나와 아조우해와 흑해를 잇는 군사 요충지로 러시아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이 공격으로 엔진실 쪽 흘수선(선체와 수면이 만나는 선) 근처에 구멍이 생겼다”며 “기관실 일부가 손상되었으나 다행히 침몰 위험이나 심각한 인명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당시 배에는 11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크림 반도 남부 지역에서도 폭음을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폭발이 발생했다”며 “이 공격 직후 크림대교 통행이 3시간가량 중단됐다가 5일 새벽 재개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이 자국 소행임을 즉각 인정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우크라이나 보안국(SBU)과 해군이 원격조종 무인정을 이용, 우크라이나 영해에 머물던 러시아 유조선 SIG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SIG는 러시아 군용 연료를 수송하고 있었다”며 민간이 아닌 군에 대한 공격임을 강조했다. SIG호는 과거에도 시리아에 주둔 중인 러시아군에 항공기 연료를 공급, 미국의 제재 대상 목록에도 올라 있는 배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인성


우크라이나군은 앞서 4일 새벽에도 흑해의 러시아 항구도시 노보로시스크의 해군 기지 인근에 있던 러시아 군함 ‘올레네고르스키 고르냐크’를 수상 드론을 이용해 공격했다. 이 배는 만재(滿載) 배수량 4000t급 중형 상륙함이다. 우크라이나 해군은 450㎏의 폭발물을 실은 수상 드론이 고르냐크호를 향해 돌진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이 공격으로 고르냐크함이 운항 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밝혔다. 러시아 소셜미디어에도 이 함정이 좌현으로 기운 채 기지로 예인되는 영상이 올라왔다.

노보로시스크항은 러시아의 주요 원유 수출항 중 하나다.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2%에 달하는 하루 평균 약 180만배럴이 이곳을 통해 나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노보로시스크 등 러시아의 흑해 항구 총 6곳을 ‘전쟁 위험 지역’으로 선포, 유사한 공격이 계속될 것임을 경고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러시아가 흑해 인근의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항을 계속 공습한 데 대한 맞대응”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핵심 수출품인) 석유와 연료 수송 선박을 목표로 삼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의 수상 드론 공격은 지난 한 달 새 3번째다.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에서 일방 탈퇴를 선언한 지난달 17일엔 크림대교를 공격, 상판 일부를 파괴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30일 미국 CNN을 통해 최신 수상 드론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러시아군이 크림 반도에서 나포한 것과 비교해 한층 날렵해졌다. 항속 거리 800㎞, 최고 시속 80㎞로 성능이 대폭 개선됐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흑해가 양국의 새로운 전장으로 부상하면서 국제 유가와 곡물가의 추가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러시아는 이날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과 순항미사일 ‘칼리브르’ 수십발로 보복 공격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와 서부 흐멜니츠키의 군수 업체 등이 공습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주에 있는 쿠피안스크의 헌혈 센터도 러시아군의 유도폭탄 공격을 받았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6일에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겨냥해 무인기 공격을 벌였다고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해당 드론은 방공망에 의해 파괴됐다”고 했다. 이로 인해 모스크바의 브누코보 국제공항 운영이 오전 한때 중단됐다.

한편 5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미국와 유럽 국가,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세계 40국이 참여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평화 회의’가 시작했다. 다만 구체적 합의가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회의에 참석한 유럽연합(EU) 당국자는 로이터에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주권 존중이 어떤 평화 합의에서든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데 대해 참가국들이 동의했다”고 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