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전 세계 국가 정보를 분석하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미국의 주요 70개 교역국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얼마나 취약한지 순위를 매겼다. 트럼프가 전쟁을 선포한 무역, 안보, 이민 분야를 종합한 결과 트럼프 리스크가 가장 큰 국가는 멕시코였다. 3위 독일, 6위 중국, 7위 일본, 9위 베트남 순이었다. 한국은 10위권에 없었다.
“동맹국도 돈을 내야 지켜준다”는 트럼프식 동맹관으로 보면, 방위비 분담금은 한국이 아니라 독일과 일본이 더 걱정해야 할 처지다. 해외 주둔 미군 규모는 일본(5만5000여 명), 독일(3만5000여 명), 한국(2만8500여 명)이 세계 1~3위다. 그러나 트럼프가 강조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 면에서는 한국만 모범 국가다.
지난 4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작년 세계 군사비 현황을 보면, 한국의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은 2.8%다. 미국의 3.4%와 비교해 낮지 않다. 독일은 1.5%다. 영국(2.3%)과 프랑스(2.1%)도 우리보다 낮다. 유럽의 나토(NATO) 국가 대부분이 2%를 넘지 못한다. 일본은 1.2%로 최하위권이다.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2배 이상인 일본(502억달러)의 국방비는 총액으로도 한국(479억달러)과 비슷하다. 트럼프 1기 당시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가 최근 소셜미디어에 한국과 폴란드(3.8%), 인도(2.4%), 이스라엘(5.3%)을 가리켜 트럼프의 자주 국방 동맹 모델이라고 했을 정도다.
통상 문제도 한국은 대미 흑자 규모가 우리보다 큰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대만, 일본 등보다 트럼프의 우선순위에서 비켜나 있다. 한국은 작년 215억달러를 투자한 세계 최대 미국 투자국이라는 이점도 있다. 트럼프식 협상의 ‘광인(狂人) 전략’은 이미 1기 집권 때 드러난 만큼, 한국에 유리한 카드들을 협상의 지렛대로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올해만 100번 넘는 공식 양자 회담을 했다. G7(주요 7국)을 포함한 유럽 국가 대부분이 먼저 요청을 했고 우리가 먼저 만나자고 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실제 트럼프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국의 조선업 협력부터 요청했다. ‘트럼프의 귀환’이 어떤 국가들에는 분명 위기겠지만, 모든 국가에 위기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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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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