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친형 이래진씨와 김기윤 변호사가 2022년 10월 2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과 주철현 의원 진정 접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0.28/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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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숨진 고(故) 이대준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유족 측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낸 진정을 기각했다고 2일 밝혔다. 민주당 기동민, 주철현 의원은 고인과 관련된 논의를 하며 “근무시간에 뻘짓했다”는 등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이번 기각 결정은 그동안 정치인의 사소한 발언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온 인권위의 기존 행태와 달랐다. 인권위원들의 ‘이중 잣대’라는 비판도 나온다.
인권위에 따르면, 고 이대준씨의 유족이 제기한 진정은 지난 5월 기각됐다. 유족 측이 작년 10월 기동민·주철현 의원의 발언으로 고인과 유족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진정을 제기한 지 7개월 만이었다. 인권위는 이와 같은 결과를 우편 통보했지만, 유족 측은 받지 못했고 지난 1일에야 이메일로 알게 됐다고 한다.
주 의원은 작년 10월 6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 이대준씨의 해양수산부장(葬) 논의에 대해 “근무시간 중 도망쳐 나와 딴 데서 뻘짓거리하다가 사고 당해 죽은 것도 똑같이 공상 처리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기동민 의원은 작년 10월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고 존엄(김정은)인가 하는 사람이 공식적인 사과까지 한 사안”이라고 했다.
인권위는 진정 기각에 대해 “주철현 의원은 자신의 발언 중 ‘뻘짓거리’의 대상이 고인은 아니라고 진술했고, 발언 취지와 회의록의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볼 때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기동민 의원은 ‘최고 존엄’이라는 표현이 북한에 대한 비판이었고, 조롱과 야유의 표현이었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하지만 인권위의 이번 결정은 과거 사례에 비추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 2021년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집단적 조현병’이라 표현한 것에 대해 ‘인권침해’라는 판단을 내렸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여성 차별에 대해 “망상 가까운 피해 의식”이라 한 것에 대해서도 ‘혐오 표현’으로 규정했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민 강제 북송 조사부터 이번 서해 피격 사건까지, 유독 인권위는 북한과 관련한 사안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명확한 기준 없는 결정은 국민이 인권위를 불신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유족은 “인권위가 또 다른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며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해당 의원들을 검찰에 고발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신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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