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4 (화)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연간 3700억원 세금 감면 받는 노조, 취업자 88% “회계 공시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노동계는 “치졸한 설문조사”라며 반발

조선일보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 입주해 있는 금속노조에 회계 서류 비치 여부를 현장 점검하기 위해 나온 고용노동부 직원들을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막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취업자의 88%가 ‘노동조합도 다른 기부금 단체처럼 회계를 공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2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담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19~21일 취업자 1000명을 대상으로 모바일과 웹으로 통해 설문조사한 것이다. 지역별·성별·연령별 취업자 수를 토대로 표본을 설계했고, 신뢰수준은 95%, 최대 허용오차는 ±3.1%의 조사다.

현재 노조 조합비는 세법상 지정 기부금으로 분류돼 조합비를 내면 연말정산에서 세액공제 방식(공제율 15%)으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노조 조합비를 매달 3만원씩 1년 동안 36만원을 냈다면, 노조원이 5만4000원을 돌려받는다. 정부가 노조 조합비 세액공제로 깎아주는 세금은 연간 3700억원 수준이다.

응답자의 65.2%는 ‘조합비가 세액공제 대상인 것을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72.8%는 ‘조합비에 세액공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다른 기부금 단체처럼 노조도 (회계를) 공시해야 하는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88.3%가 ‘그렇다’고 답했다. 현재 종교 단체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기부금 단체는 회계 공시가 의무화 돼 있고 노조는 예외인데, 노조 역시 회계를 공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회계 공시를 한 노조에만 세금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응답자의 47.6%는 ‘회계 공시와 세액공제를 연계하는 정책을 추진하면 노조가 회계를 공시하는데 매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45.8%는 ‘조금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한 응답자는 6.6%에 그쳤다.

설문에 응답한 1000명 중에는 노조 조합원 186명도 포함돼 있었다. 이 중 160명이 추가 질문에 답변했는데, 답변자의 48.1%는 ‘노조에서 조합비를 투명하지 않게 운영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투명하게 운영한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은 46.3%였다. 답변자의 89.4%는 ‘회계 공시를 요건으로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고 했다.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이런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 자체가 노조를 부패 비리 집단으로 몰고 노조혐오 정서를 불러일으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고, 민주노총은 “설문의 의도가 저열하고, 치졸하고 천박하다”는 논평을 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설문 결과 등을 토대로 관련 법령을 조속히 개정해 노조 회계 투명성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곽래건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