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식당 다이너(diner)에 앉아 있는 손님을 묘사한 조지 시걸의 작품. 그의 작품 앞에서 관람자들은 자신의 일상과 도시와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된다./박진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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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석고로 만들어진 실물 크기의 사람 모습을 미술관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티스트 조지 시걸(George Segal)의 작품들이다. 실제 사람을 모델로 사용한다. 석회 반죽을 묻힌 붕대로 신체를 감고, 굳은 후 해체하여 재조립하며 모양을 다듬는 작업으로 만든다. 시걸은 원래 회화 작업을 주로 했으나 대학 강의 중 깁스를 하고 수업에 들어온 학생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흰색 사람 조각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딱딱한 석고 껍데기가 자신의 대표적인 작품 스타일이 됐다.
버스 운전사, 대중식당에 앉아 있는 손님, 발을 씻는 여인 등 시걸의 작품은 생활의 순간을 포착한 장면들이다. “예술가는 탁월한 솜씨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그의 주장대로 그날그날의 일상을 서정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그가 학교를 다니고 활동했던 배경이 뉴욕인 만큼 뉴요커의 평범한 생활을 다룬 작품이 많다.
뉴욕 시외버스 터미널 내부에 설치된 조지 시걸의 ‘출퇴근하는 사람들(The Commuters, Next Departure)’. 도시적 삶의 고달픔과 공허함을 담고 있다. /박진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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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만나면 반갑게 악수하고 껴안고 웃지만 실제로 뉴요커는 외로운 경우가 많다. 그의 작품에서 표현되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들, 영화관 간판에 등급 표시 ‘R’을 다는 직원, 퇴근 시간 시외버스 터미널 개찰구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은 모두 이런 도시적 삶의 고달픔과 공허함을 담고 있다. 시걸은 도시 사람들의 행동과 표정을 오랜 시간 관찰해 반영함으로써 작품 하나하나의 기시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가 단지 새로운 예술의 형태를 발명했을 뿐 아니라 이를 완벽하게 구현했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또한 시걸은 그런 이미지의 효과를 강조하는 방법으로 도시 생활의 주변에 늘 존재하는 신호등, 책걸상, 네온사인과 같은 오브제, 그리고 다이너, 주유소와 같은 공간을 배경으로 선택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 앞에서 관람자들은 자신의 일상과 도시와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된다. 신체의 자연스러운 동작을 사회적, 정치적, 그리고 시적 차원으로 승화시킨 아티스트 조지 시걸.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뉴욕의 장소들을 다시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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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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