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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허위 미투 피해자”라던 박진성 시인...2심도 패소, 위자료 3배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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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박진성 시인. /페이스북


미성년자였던 강습생에게 수차례 성적 언동을 한 뒤 이 사실이 온라인에서 폭로되자 ‘허위 미투’로 몰고 간 시인 박진성씨가 민사소송 2심에서도 패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씨의 성희롱과 명예훼손, 협박 등을 모두 인정해 위자료 액수를 1심보다 3배 올렸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송인권)는 지난 4일 원심을 파기하고 박씨가 피해자 A씨에게 위자료 3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3000만 원대의 위자료는 통상 성폭행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요구했을 때 인정되는 금액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재판부가 박씨의 행동을 심각한 위법 행위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이 민사소송은 2019년 박씨가 먼저 제기한 것이었다. A씨가 ‘허위 미투’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으니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만 21살의 가난한 대학생이었던 A씨를 돕기 위해 전국의 여성 문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았고, A씨는 소송비를 마련해 박씨를 향한 반소를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박씨가 A씨에게 보낸 성적인 메시지가 모두 공개됐다. 2015년 작은 지방 도시에 살던 A씨는 박씨에게 한달간 온라인 시강습을 받았다. 박씨는 그 한 달 동안 카카오톡으로 “20년 연하 여친 어떠려나” “애인합시다” “애인 안 받아주면 자살할 거”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A씨가 “전 편한 시인과 제자 사이가 좋습니다”라고 거절했지만 박씨는 “섹스에 관한 시를 썼다” “여자는 남자 맛을 알아야 된다” 등의 언행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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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진성씨가 2015년 10월 당시 미성년자였던 피해자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중 일부. /피해자 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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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시 강습을 중단했고, 2016년 트위터에 자신이 입은 피해들에 대해 폭로했다. 그러자 박씨는 A씨의 이름과 나이, 고향, 사진 등을 공개하며 “허위 미투를 해서 내 명예를 훼손했다” “금전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박씨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보고 위자료 1100만원을 A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양측은 항소했다. 박씨는 항소심에서 “A씨와 랜선 연애를 한 것이며 A씨와 성기 단어가 포함된 시를 갖고 토론한 적이 있었으니 문란한 아이였다”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박씨는 갑자기 소송을 취하했다. A씨에 대한 2차 가해행위 관련한 형사소송 판결을 앞둔 때였다. 결국 박씨는 민사소송을 취하했다는 게 감형사유로 인정되어 형사재판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현재 해당 사건은 2심 진행 중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당시 미성년자였고, 박씨의 불법행위가 상당 기간 지속됐으며 A씨가 정신적 고통을 받으면서도 시를 배우고 싶은 마음에 연락을 쉽게 끊지 못했던 점을 고려해 성희롱으로 인한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또 “박씨가 올린 글이 허위임이 밝혀질 때까지 A씨는 오랜 기간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명예훼손에 대한 위자료 액수를 2000만원으로 정했다. 이 밖에 박씨가 소송 전 “준비 단단히 하고 기다려라. 끝까지 갈 테니까” 등의 메시지를 지속해서 보낸 건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고 위자료 300만원을 책정했다.

A씨 측 이은의 변호사는 “A씨는 박씨로부터 받은 피해에 소송까지 당하는 지경이 되면서 삶에 큰 위협을 느껴야 했다”며 “박씨가 물어줄 돈이 1심보다 3배 가까이 증액한 것을 통해 알 수 있듯 박씨가 뒤늦게 소송을 취하했다고 해서 판결 결과가 달라질 일은 아니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 사건을 통해 우리사회가 쉽게 ‘허위 미투’니 ‘가짜 미투의 희생자’니 하는 표현을 하며 던져온 의심들이 온당하고 합리적인지 돌아보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수년간 A씨를 무고녀라 몰아가며 난도질한 비정한 범죄자에 대해 제대로 단죄해 달라는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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