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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텅빈 교회, 닫혀있는 교회는 하느님의 표징이자 호소다. 인생이 하루라면 오늘날 그리스도교는 한창 성장하는 아침의 시기가 아니라 하루가 저물어가는 오후다. 이런 시기엔 성장보다는 성숙해져서 새로운 모습을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독선적이고 호전적인 종교문화가 아니라 이 시대의 상처받은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희망을 나눌 수 있는 영성이 필요하다.”
체코 출신의 영성가인 토마시 할리크 신부(75)의 말이다. 할리크 신부가 1일 처음으로 방한했다. 5일까지 짧은 방한 기간 동안 그는 △1~2일 전주 치명자산성지 평화의전당 △3일 오후 2시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 대건문화관 △4일 오전 9시30분 경북 칠곡 성베네딕도회왜관수도원 △5일 오후 2시 서울 합정동 마리스타교육관 대강당 등을 돌며 ‘위기의 시대, 새로운 신앙의 길’을 제시한다.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난 할리크 신부는 프라하 카를대학에서 사회학과 철학,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공산정권 하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심리치료사로 일하면서 1978년 동독에서 비밀리에 사제 서품을 받고 지하 교회에서 활동했다. 1989년 벨벳 혁명으로 공산 정권이 붕괴된 이후엔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의 외부 자문단과 체코 주교회의 총대리로 일했다. 1992년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교황청 비신자대화평의회 위원에 임명되고, 옥스퍼드 대학, 케임브리지 대학, 하버드 대학 등에서 초빙 교수를 지낸 데 이어 현재 프라하 카를대학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유럽 국가 중에서도 무신론자 비율이 가장 높은 체코의 현실에서 오늘날 종교의 현실과 과제를 통찰하며 <상처 입은 신앙> <신이 없는 세상> <하느님을 기다리는 시간> 등의 저서를 썼다. 그의 저작은 세계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종교 간 대화, 저술 및 교육 활동, 영적 자유와 인권 보호 증진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종교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템플턴 상을, 2010년 로마노 과르디니 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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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크 신부는 “현재의 교회 위기가 단순한 신자 수 감소와 교세의 위축이 아닌, 세상 안에서 종교와 교회의 존재 이유와 깊게 맞닿아 있다”며 “물질적 성장 뒤에 어둡게 자리한 사회 곳곳의 혐오와 차별, 갈수록 벌어지는 격차 등을 풀어내기 위해 미래의 교회가 상식과 포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시한다.
할리크 신부는 “예수가 떠맡으셨던 세상의 상처, 교회의 상처, 육신의 상처에서 그분을 만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디에서 그분을 더 확실하게 만날 수 있는가”라며 “우리는 구도자를 회심시켜 교회의 제도 울타리에 가두어 개종시키기 위해 접근해서는 안되며, 우리가 타인을 두려워하여 닫아 걸은 문을 열고 나가신 그리스도처럼 진지한 대화로 서로 배우며 우리의 지평을 근본적으로 넓혀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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