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잔고 20조…코스닥 순매수 절반 빚투
한투 대출 일시 중단…키움증권 담보요건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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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자 ‘빚투(빚내서 투자)’가 증가하면서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올해 들어 처음 2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변동성이 높은 코스닥시장에 빚투가 몰려 증시 하락 시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증권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총 20조286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이후 이달 19일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주식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신용거래융자란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빚 투자 규모를 의미한다.
주식 빚투 과열 현상은 코스닥 시장에서 더욱 심각하다. 코스닥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0조4618억원으로 코스피 잔액(9조8245억원)보다 많다. 코스닥 잔액은 지난달 8일 이후 코스피를 넘어서고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20일 기준 코스닥은 지난해 말(2022년 12월30일) 7조7609억원에서 9조6199억원으로 24.0% 늘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신용융자잔액은 8조7577억원에서 9조742억원으로 3.6% 증가했다.
또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시장경보 제도상 투자 경고 종목 지정은 53건(48개 종목)이다. 이중 지난 1일부터 21일까지 발생한 것은 24건으로 전달(15건) 대비 60% 급증했다. 시장경보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투자위험’ 종목 지정은 올해 4건 중 3건이 이달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말(3월30일)에 투자위험 종목에 지정된 자이글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올해 투자위험 종목 지정 4건은 모두 최근 한 달 사이에 발생했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익추정치의 지속적인 하락과 급등한 밸류에이션, 높아진 신용융자는 부담”이라며 “닷컴 버블의 여파가 있던 2000년을 제외하고 코스닥의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를 초과한 것은 2018년 1월과 2021년 1월 두 차례다. 20배에 근접한 모든 경우에 조정을 겪었기 때문에 현 시점도 주의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처럼 신용융자 증가액이 개인 순매수 대금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는 것은 단기 레버리지 베팅이 코스닥시장 강세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갑작스럽게 신용융자가 청산되는 상황이 오면 후폭풍이 클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급증하는 빚투를 막기 위해 잇따라 대출 중단에 나섰다. 증권사들은 유통융자와 자기자금 중 선택해 신용거래융자를 제공하고 있으며 각사의 상황에 맞게 능동적으로 운영하되 내용 변경에 대해 공지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통상 유통융자 한도가 소진될 것으로 추정되면 자기융자로 전환해야 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1일부터 신용융자 신규매수, 주식·펀드·주가연계증권(ELS)·채권 등 예탁증권담보 신규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주요 증권사가 신용 융자를 막은 것은 올해 들어 한투가 처음이다. 키움증권은 신용 대출 시 담보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을 기존 40~55%에서 30~45%로 낮췄다.
업계에서는 대형사인 한투가 신용 융자를 중단한 만큼 다른 증권사들도 신용융자 중단을 선언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신용거래융자를 중단함에 따라 신용 수요가 다른 증권사로 퍼져나갈 수 있다”며 “신용 수요 강세가 이어지면 다른 증권사들도 연쇄적으로 신용거래융자를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주형연 기자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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