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태준의 ‘올 댓 아세안’]
“크고 달고… 과즙에 중독됐다”
한국산이 싱가포르 시장서 1위
현지 업체, 맛 흉내내려 안간힘
13일 싱가포르 탄종파가르의 대형 마트에 진열된 한국산 딸기. /표태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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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싱가포르 중심가 탄종파가르에 있는 한 마트에 들어서자 입구 바로 앞에 온갖 종류의 한국산 딸기가 쌓인 ‘코리아 스트로베리’ 코너가 눈에 띄었다. 점심을 한국산 딸기로 대신하려고 마트를 찾았다는 직장인 네하(38)씨는 “가격이 다른 과일들보다 훨씬 비싸지만 한국 딸기에 중독돼 어쩔 수 없다”며 “크고 달고 과즙도 많아 과일 중 가장 맛있다”고 했다.
한국산 딸기가 싱가포르에서 ‘명품 과일’로 인정받으며 수입 과일 시장을 이끌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한국산 딸기는 250~300g짜리 한 팩이 12싱가포르달러(약 1만2000원) 안팎에 팔리고 있다. 5싱가포르달러(약 4900원)인 동남아시아산 딸기보다 2배 이상 비싸지만 인기는 독보적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2020년 싱가포르의 한국산 딸기 수입액은 1402만달러(약 184억원)로 미국산(976만달러), 호주산(478만달러), 일본산(258만달러) 등을 압도하는 1위로 집계됐다. 2021년 1507만달러(약 198억원)에 이어 2022년에도 1260만달러(약 165억원)를 기록하며 싱가포르 딸기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 내 딸기 작황 부진으로 거래 규모가 다소 줄었다고 한다.
저온성 작물인 딸기는 20도 안팎의 선선한 기후에서 잘 자란다. 연중 내내 열대 기후인 싱가포르에서는 딸기를 제대로 재배하기 어려워 소비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싱가포르에서 딸기가 ‘중산층·상류층이 먹는 고급 과일’이라는 이미지를 얻었고, 다른 나라 딸기보다 식감이 부드러운 한국산 딸기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싱가포르 딸기 시장 규모는 2015년부터 연평균 6%씩 급성장하고 있다. 동남아 시장을 견인하는 싱가포르에서 한국산 딸기가 불티나게 팔리자, 태국과 베트남 등에서도 한국산 딸기를 찾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 이달 초 논산시는 딸기 등 특산물을 수출하는 1600만달러(약 210억원) 규모의 업무협약을 태국 유통 업체들과 맺었다.
이처럼 한국산 딸기가 과일 시장을 주도하자 싱가포르 현지 농산품 업체들이 ‘식량 독립’을 선언하며 한국산 딸기 추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싱가포르 농산품 업체 ‘싱그로’는 지난 11일 말레이시아와 태국 등 열대기후 지역에서도 한국산이나 일본산 딸기와 같은 맛을 내는 품종을 재배할 수 있는 스마트팜을 대규모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한국산 딸기와 맛은 같으면서도 가격은 절반 이하로 낮춘 딸기를 대량 유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 이인하 연구사는 “한국의 딸기가 부드럽고 달콤한 이유는 우리나라의 계절적 요건이 딸기에 잘 맞고 그간 품종 개량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이라며 “싱가포르가 동남아에 스마트팜 환경을 아무리 잘 조성해도 한국 초봄에 나는 딸기 맛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싱가포르=표태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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