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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87] I need you to keep the home fires w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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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의 온기가 식지 않게 해줘

조선일보

Priscilla(프리실라)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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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서독 미국 공군 기지. 군 홍보단 장교가 카페에서 한 소녀에게 말을 건다. “엘비스 프레슬리 좋아해?(You like Elvis Presley?)” 질문을 받은 소녀는 피식 웃으며 답한다. “당연하죠,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Of course, who doesn’t?)” 소녀의 이름은 프리실라, 엘비스 프레슬리의 아내이던 프리실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프리실라(Priscilla∙2024∙사진)’의 한 장면이다.

홍보단 장교 테리를 따라 군 기지 파티에 가게 된 프리실라(캐일리 스패니 분)는 테리의 소개로 그렇게도 좋아하던 엘비스 프레슬리(제이컵 엘로디 분)를 직접 만난다. 엘비스가 프리실라에게 묻는다. “요새 미국에선 애들이 뭐 들어?(so what are the kids back home listening to these days?)” 프리실라가 수줍게 답한다. “바비 데린, 파비안… 그리고 당신 노래요(Bobby Darrin. And Fabian... and you).” 엘비스는 그제야 조금 웃는 얼굴이다. “다행이네, 난 잊혔겠거니 했어(Well, that’s good, I thought they might have forgotten about me).”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은 이후로도 종종 만나지만 프리실라의 어린 나이가 발목을 잡는다. 게다가 프리실라의 아버지는 이젠 엘비스를 따라 미국에 가겠다는 딸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넨 엘비스 프레슬리잖나. 여자들이 줄을 설 텐데 왜 내 딸인가?(You’re Elvis Presley. You got women throwing themselves at you. Why my daughter?)”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프리실라를 미국에 있는 엘비스에게 보내고 만다. 하지만 미국에 간 프리실라는 그저 집에서 엘비스를 기다릴 뿐이다. 또 투어를 나가는 엘비스는 평소와 다름없는 말만 던진다. “우리 집의 온기가 식지 않게 해줘(I need you to keep the home fires w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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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희 영화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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