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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이슈 물가와 GDP

엔저-고물가에… 日, 10년 고수한 ‘아베노믹스’ 수정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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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20년’ 벗어나려 확장정책

경제체질 개선 못하고 GDP 감소

내년 日銀총재 교체 계기 수정될듯

금리 인상-국채 매입 축소 등 거론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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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2012년부터 경기 부양을 위해 추진한 아베노믹스 정책 방향을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4월 임기가 만료되는 일본은행(중앙은행) 총재 교체를 계기로 10년 넘게 이어온 초(超)저금리 및 금융 완화 정책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일본은 1980년대 거품경제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 등에 따른 장기 불황 시기인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나기 위해 10년 넘게 확장 정책을 폈다. 하지만 경제 체질 변화는 끝내 이루지 못하고 아베노믹스는 막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 “10년 이어진 아베노믹스 수정 검토”

아베노믹스는 2012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차 집권하면서 시작됐다. 오랜 경제 무기력에서 벗어나 일본 경제를 괴롭힌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서 탈출하겠다는 목표였다.

일본 정부는 대담한 통화정책, 기동적 재정정책, 거시적 구조개혁이라는 이른바 ‘3개의 화살’ 전략을 내세우며 확장 정책을 추진했다. 2차 집권 6개월 만에 닛케이평균주가가 50% 오르고 달러당 85엔까지 떨어졌던 환율이 상승하면서 무역 흑자 확대, 외국인 관광객 증가 등으로 이어졌다. 또 실업률 2%대에 그친 사실상의 ‘완전 고용’으로 일자리가 늘어났다.

하지만 구조개혁 없는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 양산에 그쳐 애초 목표인 임금 인상→소비 촉진→경제 성장이라는 선순환은 나타나지 않았다. 2012년 4만9175달러였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020년 3만9981달러로 18.7% 감소했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아베노믹스 자체가 뒷전으로 밀렸다. 다양한 성장 전략도 슬로건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아베 전 총리는 퇴임 후에도 아베노믹스에 강한 애착을 보이며 방위비 증액과 함께 보수 강경 정책의 양대 기둥으로 삼았다. 아베 전 총리 사망 이후 자민당 내 아베파 영향력이 예전만 못해지자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경제 정책의 조심스러운 전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日 ‘나 홀로 제로금리’ 정책 수정하나

아베노믹스 수정 움직임은 올 10월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일부 참석자가 대규모 금융 완화의 출구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면서 감지됐다. 일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해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에도 사실상 제로 금리를 유지하는 ‘나 홀로 금융 완화’를 추구하며 한때 달러당 150엔을 넘기는 엔저 현상까지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미일 금리 격차 확대가 장기화될 경우 저금리인 일본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외화 유출을 우려해 왔다.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율 상승으로 수입 가격이 높아져 소비가 더욱 위축되는 ‘나쁜 인플레이션’이 야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시다 총리는 구로다 하루히코 현 일본은행 총재를 대신할 새 총재가 내년 4월 9일 임기를 시작하면 아베노믹스를 표방한 정부와 일본은행 공동 성명 개정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디플레이션 장기화로 일본 정부는 그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까지 올리는 목표를 ‘최대한 빨리 달성하겠다’며 사실상 제로 금리 정책 등을 통해 돈을 푸는 경기 부양 정책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엔화 가치 하락으로 고물가가 지속되자 이런 정책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이나 국채 매입 축소 등이 거론된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당시 밝힌 디지털화 추진, 스타트업 육성, 탈(脫)탄소 투자 등을 핵심으로 한 간판 정책 ‘새로운 자본주의’를 정책 전면에 내세우고 싶어 한다. 다만 닛케이비즈니스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실현을 목적으로 다양한 정책을 내걸었지만 효과에는 의문의 목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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