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가 갑질 경험…“가스경보 울려도 작업”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직장인 1000명 원청갑질 특별설문조사 발표회에서 이선옥 코레일테크 청소노동자(오른쪽 두 번째)가 현장 증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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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먹는 데서 참 홀대를 한다고 할까요…점심시간조차도 (하청직원은) 대우를 제대로 못 받아야 하나 싶어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자회사 ‘코레일테크’ 소속으로 케이티엑스(KTX) 청소 일을 하는 이선옥(54)씨와 동료들은 아침 8시에 출근해 오후 2시 반이 넘어서야 점심을 먹는 때가 허다하다. 매일 일정한 점심시간(정오~오후 1시)이 정해져 있는 원청 직원과 달리 점심시간이 따로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열차 시간에 맞춰 일하다 보면 점심시간 1시간을 온전히 챙기기도 어렵다. 저녁 7시부터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13시간 밤샘 근무를 해도, 똑같이 심야 근무를 하는 원청 직원에게 주어지는 수면 시간은 그림의 떡이다. 2만 볼트가 넘는 고압 전기가 흐르는 일터에서 함께 근무해도, 원청 직원이 받는 위험수당 역시 이들은 받지 못한다.
14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원청갑질 특별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대다수 직장인 역시 이씨와 마찬가지로 하청노동자 차별을 직접 경험했거나 목격했다. 직장갑질119가 10월 14일부터 21일까지 원·하청 소속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원청의 부당행위 및 사용자 책임’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78.7%는 ‘원청의 다양한 부당행위를 경험하거나 목격했다’고 답했다. 90.8%는 ‘한국 원청회사의 하청회사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갑질이 심각하다’고 했다.
응답자 82.7%는 ‘노사 갈등 상황에서 정부가 역할을 잘못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79.4%는 ‘원청이 (하청노동자와) 교섭에 참여했더라면 (하청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장기간 파업이 벌어지지 않을 것’에 동의했다. 이날 신하나 직장갑질119 소속 변호사는 “응답자 대다수가 (하청노동자) 파업 장기화 책임 등이 원청에 있으며, 원청이 교섭에 참여했다면 파업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날 함께 발표된 비정규직 ‘원청 갑질’ 설문조사 사례에서도 원청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하청노동자들의 호소를 엿볼 수 있다. 지난 9월 비정규직 문제 당사자를 중심으로 한 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비정규직 이제그만)’이 비정규직 노동자 2074명(응답률 76%)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 36.8%가 원청 갑질을 경험했다고 증언했다. 노동자 ㄱ 씨는 “태풍으로 인해 대중교통이 중단된 상태에서 원청직원은 9∼11시 자율 출근이지만 하청업체 직원들은 정시 출근하라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ㄴ 씨는 “밀폐공간에 가스경보기가 울려서 조금 뒤에 (작업을) 한다고 했더니 ‘계속 가스 차 있는데 그럼 일 안 하실 거냐’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기계가 돌아갈 때 작업 지시를 하는 등 위험 업무 강요나 대리운전·안마 강요 같은 부당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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