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이씨 부부는 생활비로 식료품비(30만원)와 외식비(30만원) 등 월 200만원 정도를 썼다. 여기에 3년 전에 산 아파트 담보대출(3억원) 원리금 120만원(원금 40만원+이자 80만원)을 갚고 나면 80만원 정도 남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그런데 1년 만에 상황이 확 달라졌다. 은행 이자가 두배로 뛰며 지출이 확 늘었다. 여기에 가파른 물가 상승률은 이씨 가계를 이중으로 압박한다. 1년 만에 그가 내야 할 이자는 60만원 정도 늘었고, 딱히 다른 음식을 하는 것도 아닌 데 식료품비 지출은 20만원 정도 늘었다. 외식과 의복비 등을 확 줄었는데도 매달 50만원 이상 부족한 상황이다.
꺾일 줄 모르는 금리 상승세에 대출자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저금리에 상황에서 수억 원을 대출받아 집을 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의 고민은 더 크다. 늘어난 이자 액수가 더 크기 때문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들어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기준금리가 연 3.75~4%로 뛰자 이들의 걱정은 더 크다.
한국은행도 이에 발맞춰 오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 있어서다. 미국이 수퍼 긴축이 이어지면 한은도 한미 금리 역전 폭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서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3%로,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과 비교하면 양국 금리 차는 1.0%포인트로 벌어졌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빅스텝)하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8%를 넘어설 수도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변동형·혼합형(고정형) 주담대 최고금리는 연 7%대다. 변동형 주담대의 준거 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10년 만에 최고 수준인 3.4%까지 오른 영향이다. 고정형 주담대의 금리 기준으로 쓰이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도 1년 만에 두 배로 뛰며 연 5.126%까지 상승했다.
대출자의 한숨은 깊어진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출 이자를 갚아야 하는 국내 이자 부담 가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올 상반기 이자 부담 가구는 전체 가구의 35.7%로, 2020년 이후 늘어나고 있다.
이자 부담으로 지갑도 얇아지며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올 상반기 평균소비성향은 평균 66%로, 이자 부담 가구의 소비성향은 1년 전보다 5.9%포인트 하락했지만, 이자 미부담 가구는 3%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실질 소비지출도 이자 미부담 가구는 2.5%포인트 증가했지만 이자 부담 가구는 2.4%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다락같이 오르는 물가도 어려움을 가중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은 지난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5% 선을 유지하고 있다. 신지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계의 실질 구매력 약화와 심리 둔화에 따른 소비 위축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