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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가을야구 활약 못 보여드렸네요”…LG 유영찬의 사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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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6일 KT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승리를 확정 지은 직후 지난 3일 부친상을 당한 마무리 투수 유영찬을 격려하기 위해 마운드에 모인 LG 선수들. [MBC 중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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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이 그러더라고요.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많이 도와주실 거라고.”

지난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LG가 7-2로 앞선 9회 초 2사 만루에서 LG 좌익수 문성주가 KT 마지막 타자 강백호의 타구를 점프하면서 낚아챘다. 실점 위기를 넘긴 LG 마무리 투수 유영찬(27)은 비로소 담담한 표정으로 땀을 닦았다.

곧 그라운드에 있던 LG의 모든 야수가 마운드 위로 모여들었다. 활기찬 세리머니로 승리를 자축하는 대신 서로 어깨를 감싸고 침묵 속에 고개를 숙였다. 세상을 떠난 동료의 아버지를 기리는 추모의 시간이었다.

유영찬은 지난 3일 부친상을 당했다. 포스트시즌 대비 합숙 훈련이 한창이던 시기에 비보가 전해졌다. 유영찬은 부랴부랴 달려갔고, LG 선수단은 4일 훈련을 마친 뒤 단체로 빈소를 찾았다. 발인은 5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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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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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찬은 자신이 빠지게 되면서 팀에 피해가 갈까 염려했다. “오전에 발인을 한 뒤 곧바로 복귀하겠다”고 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만류했다. LG는 소방수 없이 첫 경기에 나섰고, 유영찬은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5일 밤 팀에 합류했다.

LG 베테랑 투수 김진성은 2차전을 앞두고 “지금 영찬이는 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무척 힘들 것이다. 우리 불펜 투수들이 영찬이 대신 더 힘을 내서 던지자”며 팀원들을 독려했다.

다른 선수들의 마음도 모두 같았다. 6일 2차전을 앞두고 더그아웃 앞에서 짧은 묵념으로 다 함께 애도한 뒤 그라운드로 달려나갔다. 유영찬은 그렇게 동료들의 지지와 응원을 등에 업고 다시 공을 잡았다.

이날 선발승을 따낸 임찬규 역시 2021년 시즌 도중 아버지와 작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래서 후배의 비통한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임찬규는 “생각보다 긴 시간 동안 마음이 아프고 힘들 거다. 나도 그랬다”며 “그래도 경기에 나가 좋은 투구를 한 게 가족들에게는 오히려 큰 위안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유영찬은 고우석이 지난겨울 미국으로 떠난 뒤 올해 LG의 새 마무리 투수를 맡아 맹활약했다. 정규시즌 62경기에서 63과 3분의 2이닝을 던지면서 7승 5패 1홀드 26세이브,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했다.

유영찬은 “아버지가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직접 못 보셨다. 올해 가을야구에서 아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렇게 할 수 없어 마음이 아프다”면서 “(그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더 힘차게 공을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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