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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지금이라도 상추 심어야하나…추석 앞두고 식탁 물가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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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 두달째 6%대 급등 ◆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여파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8년 외환위기 사태 이후 처음으로 두 달 연속 6%대를 기록했다. 올해 물가는 다음달 추석 명절 기간을 전후해 정점으로 치솟을 것으로 관측되는 등 고물가 충격이 우리 경제에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2020년 100 기준)로 전년 동기 대비 6.3% 올라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물가 상승률은 6월 6%대(6.0%)를 넘어선 후 지난달 들어 오름폭이 더 커졌다. 물가 상승률이 두 달째 6%대를 기록한 것은 1998년 10월(7.2%), 11월(6.8%)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국제 유가가 하락하며 기름값 오름세는 다소 둔화됐지만 외식비와 농축수산물, 공공요금이 상승폭을 키우며 물가 상황이 더 악화했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6.3%)을 쪼개 보면 가공식품과 석유류 같은 공업제품 기여도가 3.11%포인트, 외식을 비롯한 개인서비스 기여도는 1.85%포인트에 달했다. 쉽게 말해 7월 물가 상승 원인이 열 개라면 이 중 여덟 개(78.7%)는 원유, 곡물, 외식물가 때문에 올랐다는 뜻이다.

문제는 전체 물가 오름폭에 비해 서민들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이다. 국민들이 빈번하게 사는 품목으로 구성돼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7.9% 올라 1998년 11월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도 4.5% 올라 2009년 3월 이후 최고로 치솟았다.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앞으로 물가는 고유가 지속, 수요 측 물가 압력 증대 등으로 당분간 6%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6%대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며 오는 25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최소 0.25%포인트 올릴 것이 유력해졌다. 다만 정부에서는 이제 물가가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8월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크게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이 73%·배추 72% '껑충'…불붙은 식탁물가 추석이 고비

전년대비 7월 소비자물가 분석

경유 등 석유류도 35% 급등
서민 체감물가 7.9% 더 뛰어

통계청 "물가상승 완화 조짐
10월 전후로 물가정점 가능성"

기대인플레 4.7%로 역대 최고
유가 다시 뛰면 진화 어려워

매일경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3%를 기록하며 2개월 연속 6%를 넘어섰다. 배추 72%, 상추 63%, 시금치 70% 등 채소류 가격이 급등했다. 이날 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상추를 집어 들고 있다.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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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으며 국내 경제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다음달 추석 명절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가격 등 서민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체감물가가 급등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위험이다. 이런 가운데 물가에 앞서 움직이는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 뒤 국민들이 예상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달 4.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민생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는 1년 새 6.3% 올라 23년8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류세 인하와 전방위적인 관세 면제 등 잇단 정부 처방에도 좀처럼 고물가 불길이 진화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7월 물가를 끌어올린 주범은 석유류·가공식품을 비롯한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다. 지난달 들어 국제유가가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경유(47.0%) 휘발유(25.5%) 등유(80.0%) 등 석유류 가격이 35.1%나 급등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더 큰 문제는 추석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가격이 껑충 뛰고 있다는 점이다. 사료가격이 급등한 데다 지난달 폭염과 폭우까지 이어지며 농축수산물 가격은 축산물과 채소류 위주로 7.1%나 상승했다. 품목별로 오이가격이 1년 새 73.0% 올랐고 배추(72.7%) 시금치(70.6%) 상추(63.1%) 파(48.5%) 가격도 일제히 뛰었다. 수입 쇠고기(24.7%)와 돼지고기(9.9%) 가격 역시 오름폭이 컸다.

주요 식재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외식 물가는 8.4% 뛰어 1992년 10월 이후 29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표 외식 메뉴인 치킨가격이 11.4% 올라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갔고 생선회(10.7%)도 크게 상승했다. 여기에 지난달 공공요금이 인상됨에 따라 전기·가스·수도요금도 15.7% 상승하며 전월(9.6%)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다만 정부에서는 조심스레 '물가 정점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물가가 3%대(3.2%)를 돌파해 고공 행진을 시작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10월을 전후해 기저 효과로 물가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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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그동안 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대외 요인들이 다소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물가가 다음달 6%대 이하로 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7%대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현재 유가 흐름과 여러 상황을 보면 9월 말이나 늦어도 10월 정도가 물가 정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러시아 문제가 재발해 재차 유가가 급등하거나 공급망 수급이 꼬이면 이 같은 전망은 어그러질 공산이 높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기상 여건에 따라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락할 수 있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우선 추석 물가 조기 진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물가에 앞서 움직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진화할 수 있느냐다. 한은에 따르면 7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7%로 집계돼 2002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국민들이 하반기에도 물가가 크게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은이 물가 상승 심리를 냉각시키기 위해 오는 25일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 유력하다. 다만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타격 우려 등을 감안해 2개월 연속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기보다 0.25%포인트만 올리는 베이비 스텝을 단행할 공산이 높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유가 등 해외 요인에 변화가 없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 (상승세가) 2~3개월간 지속된 뒤 조금씩 안정될 것으로 본다"며 "(이 기조가 유지되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려 물가 상승세를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유가가 급등세로 돌아선다면 빅스텝을 단행할 여지도 있다. 이 총재는 "물가가 예상했던 기조에서 벗어나면 빅스텝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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