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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미술의 세계

문체부의 ‘청와대 미술관’, 여당도 “불통·혼선”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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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용방안 논란 정치권까지 번져

이용호 의원 ‘TF 구성’ 논의 주장

“조율없이 대통령 보고, 논란 자초”

문화재위·문화재청 등 반발 성명

문체부 “관련 부처 협의, 혼선 없다”


한겨레

청와대 본관 내부. 1층과 2층을 잇는 중앙계단과 그 위에 그려진 김식 작가의 ‘금수강산도’(1991년작)가 보인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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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조선시대의 궁궐이었던 청와대에 왜 현대미술관과 조각공원, 공연장이 들어서야 하는가?

프랑스 베르사유궁을 본보기 삼아 청와대의 문화위락공간화를 꾀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활용방침을 놓고 정치권으로까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단초는 지난 5월 초부터 싹텄다. 청와대가 시민에게 공개된 이래 임시관리 기관인 문화재청이 유적 조사와 국가문화재 지정 작업을 추진하려다 상부 기관인 문체부가 제동을 걸면서 장래 보존과 활용방안을 둘러싼 물밑 갈등은 이미 불거진 상황이었다. 그러다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하는 자리에서 문체부 활용방침이 공개된 직후 야당인 민주당이 활용방침 중 철거된 옛 조선 총독관저의 모형 복원을 문제 삼고 나섰고, 지난 25일엔 문화재위원회와 문화재청 노동조합이 문체부의 청와대 활용방침 전반에 대해 비판하는 공식 입장을 내놓으면서 논란은 본격적으로 표면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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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열린 ‘청와대 한여름 밤의 산책’ 언론 사전 공개 행사에서 공개된 경내 한옥 영빈관 상춘재의 내부 모습.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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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에는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문체부 방침을 정면 비판하며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26일 열린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청와대 활용방안에 대해 정부 내 혼선과 소통 부재 상황이 노출됐다”면서 “국무총리 산하에 티에프(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시한을 두고 면밀하게 활용방안을 마련해 발표하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재고론을 꺼냈다. 그는 “지난 18일 대통령실이 청와대와 주변 지역 활용을 논의하기 위해 관리·활용 자문단을 구성하겠다고 했는데 불과 3일 후에 문체부는 대통령에게 활용방안을 보고했고, 전직 대통령 자녀를 중심으로 한 자문위원 구성 계획도 발표해 정부 내 소통 부족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체부가 베르사유 궁전처럼 원형을 보존해 문화예술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데 대해서도 “궁전 자체 건축 및 건축물의 일부인 석조각, 미술품 등 왕실 유품을 관객들이 보러오는 곳이라 청와대 본관, 영빈관, 춘추관을 전시관으로 만들어 소장 예술품들을 전시하려는 계획과 근본적으로 다른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춘추관을 민간 대관 특별전시 공간으로 하겠다는 것도 옳은 방향인지 의문이며 옛 조선 총독 관저로 쓰인 청와대 구 본관의 모형 복원(제작)을 하겠다고 하면서 충분한 설명 없이 발표해 야당 공격을 자초한 것도 매우 아쉽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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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열린 ‘청와대, 한여름 밤의 산책’ 사전 언론공개 행사 때 공개된 저녁 나절의 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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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열린 ‘청와대 한여름 밤의 산책’ 언론 사전공개 행사 모습. 국악·양악 연주자들이 대통령 관저 앞 잔디 정원에서 음악 공연을 펼치고 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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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문체부 방침이 공개된 다음날인 22일 내놓은 논평에서 “조선총독 관저로 쓰이다 철거된 옛 본관 모형을 복원하겠다니 어떤 이유로 이런 계획을 세운 것인지 의문”이라며 문체부의 모형 건립 계획을 비판한 바 있다.

문화재위원회와 문화재청 노조는 앞서 25일 일제히 우려와 비판을 담은 공식 입장을 내놓으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문화재위의 경우 이날 오후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영우 위원장과 산하 매장문화재·근대문화재 등 주요 분과위원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문체부 활용방침에 대한 입장을 조율하기 위한 임시회의를 열었다. 문화재청은 “전영우 위원장이 회의를 통해 청와대 구역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보존할 수 있는 문화재 지정 방안을 분과위원회별로 적극 모색하고, 필요시 합동 분과를 구성해 진행하기로 대응 방침을 정했다는 입장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문체부의 활용방침에 맞서 적극적으로 보존가치가 있는 청와대 구역의 국가문화재 지정과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분과위원장들은 청와대를 전시시설과 공연장으로 활용하는 문체부 안이 터의 역사성 규명과 보존 등에서 우려되는 측면이 명백하므로 협의 과정에서 문화재청이 중심을 잡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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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경내 한옥영빈관 ‘상춘재’의 내부. 지난 19일 열린 ‘청와대, 한여름 밤의 산책’ 사전 언론공개 행사 당시 공개된 모습이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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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 노동조합 문화재청 지부(지부장 김대현)도 25일 공식 논평을 내어 “청와대를 ‘거대한 미술관으로 재탄생’시켜 ‘베르사유 궁전처럼 꾸민다’는 것에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청와대의 역사성과 개방의 민주성을 도외시하고 거대하고 화려한 궁전으로 되돌리는 퇴행은 아닌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체부는 이에 대해 26일 설명자료를 내어 “청와대 활용방안은 문체부가 주도하면서 문화재청,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실과 협의하여 추진’하기로 이미 정리됐다. 정부 내 혼선은 없다”고 해명했다.

글 ·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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