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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극단적인 날씨, 전부 기후변화 탓일까? [김백민의 해법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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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5월16일 오전 강원 평창군 발왕산 정상에 눈이 수북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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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민 |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아직 절기상 여름이 오려면 한참이나 남았지만, 세계 각국 언론들은 벌써부터 올여름 최고의 무더위와 극단적인 날씨가 찾아올 것이라고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상황은 이미 심각하다. 지난 4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도 전에 태국에서는 낮 최고 기온이 45℃에 달했고, 살인적인 폭염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한편, 같은 시각 중국 남부 지방에서는 광동성을 중심으로 100년 만의 폭우가 쏟아져 11만명이 대피하는 등 이미 세계 곳곳은 극단적인 날씨 소식으로 가득하다. 이 모든 것이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 때문일까?



올해 우리나라 여름 날씨 역시 벌써부터 심상치 않다. 지난 4월에는 관측 사상 가장 더운 4월을 기록하더니 5월 들어 잦은 비와 다소 쌀쌀한 날씨가 이어졌고, 급기야 며칠 전 강원 산간지방에서는 기온이 크게 떨어지며 설악산에 40㎝가 넘는 폭설이 내렸다. 5월 대설주의보 발령은 기상 관측 사상 두 번째다. 종잡을 수 없는 극단적인 날씨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이 역시 기후변화 탓일까?



최근 몇 년간 다수의 미디어와 심지어 유엔 사무총장까지도 극단적인 날씨를 인간 탓으로 돌리기에 급급하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크게 줄어들지 않는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 조급해지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날씨와 기후변화 연구를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는 모든 것을 기후변화 탓으로 돌리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금세기 들어 증가하는 극단적인 날씨 현상은 분명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와 관련이 크다. 온실가스 배출로 온도가 상승하면 바다에서 수증기가 많이 증발해 큰 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뜨겁게 달궈지는 대륙으로 여름철 폭염이 빈번해지는 것은 쉽게 예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온실가스 증가 외에도 극단적인 날씨 현상을 조절하는 다양한 요인들이 지구상에 존재한다. 예를 들어 거대한 화산 폭발이나 태양 표면에 생기는 흑점의 갯수로 알 수 있는 태양빛의 세기 같은 것들이다. 세계 도처에 다양한 극단적 날씨를 초래한다고 잘 알려져 있는 엘니뇨와 라니냐 역시 사실은 수천 수만년전부터 존재해 온 자연 현상일 뿐,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와는 구별되는 현상이다.



지난해와 올해는 공교롭게도 이러한 자연적인 요인들이 서로 우연히 맞아떨어지며 불난 집에 부채질마냥 급격한 지구 온도 상승과 그에 따른 극단적 날씨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세계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극단적 날씨 현상들을 모두 인간탓으로 돌리기는 어려운 이유이다.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보자. 과거 기록들을 살펴보면, 자연계에 존재하는 온도 조절자들이 반대로 우연히 맞아떨어지며 지구 온도를 일제히 낮추는 쪽으로 작용하는 시기에는 어김없이 지구 온도가 정체하거나 하강하는 시기가 찾아왔었다. 이 시기를 과학자들은 온난화 휴지기라 부른다. 가장 최근의 휴지기는 2000년대 초반에 약 10년간 발생했으며, 이 시기 일부 언론과 학자들은 지구온난화 이론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 이전 휴지기는 1960년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으며, 당시에도 다가올 빙하기를 걱정하는 기사들로 넘쳐났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어떨까? 당연히 미래에도 지구 온도가 상당 기간 정체되는 시기는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정체기에는 늘 그랬듯이 어김없이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다. 극단적인 날씨를 무조건 기후변화 탓으로 돌리는 것은 이들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반박할 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연의 변화무쌍함을 인정하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후과학을 좀 더 세밀하게 다듬어나가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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