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중국 증시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정책'이다. 정부 정책이나 규제로 인한 시장 변동성을 리스크가 아닌 알파, 즉 초과 수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 본부장은 최근 서울 서초구 삼성자산운용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중국 시장이 규제로 인해 오르내리는 비효율적인 시장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접근하면 오히려 효율적인 선진국 시장에서보다 즐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 시장에서는 소위 정부가 '밀어주는' 업종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정책 수혜가 집중된 업종의 주가가 단기간 급등한 사례도 적잖다. 전기차가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진흥책과 규제 완화책을 통해 관련 산업 부양에 힘쓰고 있다.
이 본부장은 "중국이 내건 세 가지 정책 방향 중 하나가 그린, 친환경"이라며 "전기차 산업이 국가적 운명을 띤 산업이다 보니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에도 홀로 70% 넘게 급등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차이나2차전지MSCI(합성)' ETF(상장지수펀드)는 상장 3개월 만에 순자산 1000억원을 돌파했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30%를 웃돈다.
이 본부장은 첨단산업과 IT기업도 중국 시장에서 주목할 업종으로 꼽았다. 그는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첨단산업의 국산화에 나서고 있다"며 "단순 부품산업이 아니라 '전정특신'(전문·정밀·특색·혁신)이라고 해서 혁신기업 위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다 같이 잘 살자'는 의미의 '공동부유'를 국정 철학으로 제시한 바 있다. 대기업에 집중된 부를 중소기업 육성으로 완화하려는 노력도 그 일환이다. 중소기업 육성의 중심에 반도체 등 소재산업이 있다는 게 이 본부장 설명이다.
그는 "이 때문에 심천거래소에 창업판, 상하이거래소에 과창판이 이미 있는데도 베이징거래소에 또 다른 기술 전문 장외주식거래소인 신삼판을 만들었다"며 "최근에는 IT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로 항생테크 지수도 많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중국 증시는 올해 글로벌 약세장 속 홀로 상승세였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4월 말 2886.43으로 저점을 형성한 뒤 이달 초 3405.43까지 약 1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와 미국 S&P500 지수가 각각 14%, 8% 가량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이 본부장은 중국 증시가 유독 강세를 보인 이유에 대해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시장이 가장 먼저 코로나19(COVID-19) 영향을 받고 가장 먼저 경기 침체에 빠진 이후 가장 먼저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 증시는 지난해 2월 정점을 찍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증시가 지난해 말까지 계속 오를 때는 내내 하락했다"며 "이후 올해 3월 폭락해 하방을 다지다 최근 한 달 반 동안 급격하게 20% 가량 상승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선진국 대비 인플레이션 우려도 덜한 편이다.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9.1% 상승하며 4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중국은 2.5%에 그쳤다. 최근 23개월 내 최고치이긴 하나 여전히 2%대를 유지 중이다.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미국은 전년 동월 대비 11.3% 올랐지만 중국의 PPI 상승률은 6.1% 수준이었다. 생산자물가는 도매물가를 나타내기 때문에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이 본부장은 "중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제조업 기지"라며 "세계 어떤 나라보다 물건을 저렴하게 만들 여력이 있다 보니 생산자물가 등이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유럽 등 국가가 그동안 시장에 돈을 많이 푼 것과 달리 중국은 '토탈 소셜 파이낸싱'이라고 해 사람들이 대출을 많이 할 수 있게 돕는 방식으로 경기 부양을 했다"며 "그러다 보니 양적완화로 인한 인플레이션 여지도 다른 곳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글로벌 IB 보고서 등을 보면 중국 시장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이 많이 나온다"며 "중국 경기 사이클이 한 박자 빠르다 보니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중국이 먼저 상승하고 선진국이 쫓아가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코로나19 변이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균열 속 중국의 경쟁력 등은 리스크 요인이다. 이 본부장은 "지난 30년간 공고했던 글로벌 공급망 체계가 갈라지면서 어떤 식으로 재편될 지가 많은 이들의 관심 사항"이라고 짚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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