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주년 세계 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주최로 ‘차별없는 노동권! 질좋은 일자리 쟁취! 불평등 체제교체! 2022 세계노동절대회’가 열려 참석한 1만4000여명(주최 쪽 추산) 노동자들이 “모든 노동자에게 차별 없는 노동기본권과 고용불안 없는 질 좋은 일자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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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남성이면 여성을 위해 싸웁시다. 내가 정규직이면 비정규직을 위해 노력합시다. 내가 큰 회사에 다니면 작은 사업장을 위해 외칩시다. 내가 비장애인이면 장애인을 위해 나섭시다. 우리가 가진 노동조합의 힘으로 모든 노동자들을 위해 투쟁합시다.”
132주년 노동절을 맞아 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주최한 세계 노동절 대회 방점은 ‘차별 없는 노동’이었다. 오후 2시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부터 남대문 앞까지 세종대로 6개 차로를 가득 메운 1만4000여명(주최 쪽 추산) 노동자들은 “모든 노동자에게 차별 없는 노동기본권과 고용불안 없는 질 좋은 일자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전날부터 이틀간 경기·대전·부산·광주·제주 등 전국 16개 지역에서 열린 이번 집회는 주최 쪽 추산 8만여명이 참가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도 하기 전에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을 노골화하고 있다. 당선자가 120만 민주노총 조합원을 적으로 삼고 싶다면 우리는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민주노총 집회에 대한 강경 대응을 경찰에 주문한 바 있다. 양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을 빗대 “목숨 걸고 120시간이라도 일하는 세상이 아니라 8시간만 일해도 먹고 살 수 있는 나라를 요구한다. 윤석열 당선자는 처참하고 열악한 이 땅 노동자들의 삶을 책임져야하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다가오는 5년은 윤석열 시대가 아니라 노동의 시대다. 우리의 투쟁으로 노동의 시대를 힘차게 열어 내자”고 했다.
윤 당선자는 지난 3월 중대재해처벌법 수정·보완을 요구해온 경제단체들을 만난 자리에서 “기업활동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겠다”고 했다. 장옥기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은 “132년 전 8시간 노동을 쟁취했던 노동자들의 요구가 건설노동자에게는 아직도 남의 일이다. 건설노동자는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고 했다. 신환섭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위원장도 “노후설비로 인한 화재·폭발·누출 등으로 노동자는 물론 지역주민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이날 집회는 지난 18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처음으로 1만명 넘게 모인 대규모 합법 집회다. 민주노총은 집회를 마친 뒤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 사무실 쪽으로 행진했으나 경찰은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근처에 이동형 펜스를 치고 막았다. 경찰과의 충돌은 없었다.
1일 오후 3시 전국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들이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일대에 모여 '장애인 노동권 쟁취 결의대회'를 열고 혜화로터리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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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장애·인권·노동단체들로 구성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도 이날 낮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애인 노동권 쟁취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최저임금법상 중증장애인 최저임금 적용제외 폐지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제도화 △의무고용제도 전면 개혁 등을 요구했다. 전장연은 이날을 ‘제1회 장애인 노동절’로 명명하고 올해를 ‘노동 세계 대전환의 해’로 선포했다. 성동장애인자립센터에서 일하는 중증장애인 노동자 이희영(43)씨는 “장애인도 최저임금을 줘야 생계를 꾸릴 수 있다. 너는 장애인이니 돈을 더 줄 수 없다고 하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마이너스인 삶”이라고 했다.
1일 낮 1시20분께 이주노동자들이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사장과 정부가 쳐놓은 그물을 찢고 나오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그물은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고용허가제를 표현한다. 고병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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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노동조합과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세계 노동절 이주노동자대회’를 열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 △노동허가제 실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숙사 보장 등을 요구했다. 폐가 농막에서 한 달 120만원을 내고 지냈다는 한 이주노동자는 캄보디아어로 “제발 제대로 된 숙소에서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외쳤다. 그는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닌 닭이 사는 집에서 살았는데 얼마나 냄새가 났는지 모른다. 사장은 이런 곳에 지내게 하면서 일한 만큼의 월급도 주지 않았다. 제발 일한 만큼 월급을 제대로 달라”고 촉구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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