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월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이종찬 광복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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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광복회장이 “윤석열 대통령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나에게 ‘우리 아들이 참 뭐 모르고 자라서 좀 고집이 세고 또 자기주장에 너무 집착하는 성질이 있으니까 혹시 문제가 있으면 꼭 좀 충고를 해달라’고 신신당부하고 가셨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그게 내 가슴에 꼭 남아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24일 공개된 제이티비시(JTBC)와 인터뷰에서 이 같은 일화를 전했다. 이 회장은 내란죄 피의자 윤 대통령의 부친 고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오랜 지인으로 한때 윤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졌었다. 윤 교수는 지난해 8월15일 92살의 나이로 별세했다. 이 회장의 아들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윤 대통령과 초등학교·대학교 동기 동창으로 윤 대통령의 죽마고우로 알려졌다. 이 회장 부부는 윤 대통령을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윤 대통령의 성공을 내 인생의 마지막 보람으로까지 생각했는데, 이런 상황이 전개돼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인생을 헛살았구나 생각까지 든다”고 토로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이 지난 8월 1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광복회 주최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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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내세운 명분에 대해 “무슨 국가 변란이니 반국가사범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는 1970년대에 통했던 이야기”라며 “벌써 60~70년 지난 이야기인데 그 논리를 그대로 썼다면 그 사람들의 지능 수준은 그때 머물러서 발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만약 군 장성들이 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면, 이 군은 참 어려운 군대, 희망 없는 군대”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육사에서 흉상을 제거할 때부터 이 사람들의 지능은 60~70년대 수준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육군사관학교는 지난해 교내에 설치된 ‘독립영웅’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소련공산당 입당 사실을 문제 삼으며 외부 이전을 추진했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이 회장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전화를 거의 안 했다”면서도 ‘상소’ 같은 편지를 세 차례 보낸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가운데 윤 대통령의 뉴라이트 역사관에 대한 우려를 담아 가장 최근에 보냈다는 편지를 공개했다. 이 회장은 “지금 당신(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역사는 전통적인 역사가 아니라 삐뚤어진 역사이니 올바르게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편지에서 읍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윤 대통령 집안과는) 50년 친교관계가 있다. 내가 뭘 얘기해도 다 수긍을 했던 사이인데 관계가 변질됐다”고 했다. 관계가 결정적으로 틀어진 사건으로 지난 8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꼽았다. 그는 “(윤 대통령이) 휴가 중인데 독립기념관장 인사가 잘못됐다고 얘기를 하니까 밤 9시에 전자 결재를 했다”며 “노인네가 주책없는 말을 하니까 안 듣겠다는 얘기”라고 했다. 앞서 이 회장은 김 관장 임명과 관련해 한겨레에 “너무도 당연하게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인식이 깔려있는 (분)”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최근 부인과 나눈 대화도 공개했다. 그는 “우리 집사람을 보면서 ‘석열이가 가엾다. 저렇게 철창에 갇힐 줄은 내가 정말 몰랐다. 내 아들이 당하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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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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