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된 빌보드 차트 공략 나선 K팝...국내 음방, 음원사이트 영향력 줄어들까
세븐틴/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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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는 오는 15일 13인조 보이그룹 세븐틴의 첫 영어 디지털 싱글을 국내외 음원 사이트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5월 발매될 정규 4집에 수록될 노래로 데뷔 8년차인 세븐틴이 처음으로 내는 영어 싱글이다.
그런데 주목이 쏠린 건 발매 시간이다. 과거 국내 가수들은 통상 오후 6시에 신곡이나 음원을 발표해왔다. 국내 음원차트와 유튜브 클립 시청률이 가장 몰리는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븐틴은 오후 1시를 발매 시간으로 택했다. 미국 동부시간 기준 0시에 해당하는 시간대로, 국내 차트보단 미국 빌보드 차트 진입을 노린 전략이다. 특히 음원이 발매되는 15일은 금요일로, 통상 빌보드 차트는 이날부터 다음 주 목요일까지의 차트 분석을 위해 앨범 판매량과 스트리밍 횟수 등의 집계를 시작한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최근 BTS, NCT, 트와이스 등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이 싱글 발매 시간을 미국 현지에 맞추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전략은 빌보드 차트를 안방처럼 오르내리는 K팝 그룹들에게 당연한 수순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일자 빌보드200 차트에서는 JYP 소속 8인조 보이그룹 ‘스트레이키즈’가 1위를 차지했다. 하이브의 BTS, SM의 수퍼엠에 이어 3번째 K팝 가수의 빌보드200 정상 기록이다. 비영어권 노래로는 13번째 1위였다. 이밖에도 블랙핑크(2위), NCT12시(3위), 투모로우바이투게더(5위) 등 이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K팝 그룹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소속사들에겐 빌보드200보다 핫100 진입이 더 큰 과제일 거란 분석도 나온다. 빌보드차트는 1956년 3월부터 앨범차트인 빌보드200 순위를, 1958년 8월부터 싱글차트인 핫100 순위를 매겨왔다. 두 차트 모두 메인차트지만 후자가 좀 더 진입이 어려운 것으로 여겨진다. 전통적 음반 판매량, 디지털 음원과 스트리밍 다운 횟수 등을 주로 반영하는 빌보드200과 달리 핫100은 실물 싱글 앨범과 디지털 음원 판매량 외에도 스트리밍 수치, 유튜브 조회수, 라디오 재생수 등을 중시한다. 당장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음악을 집계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K팝 가수 중 핫100 1위를 기록한 건 아직까지 BTS 뿐이다. K팝 가수들은 일반적으로 빌보드 차트에서 싱글보단 앨범 성적이 더 좋다. 포토 카드 등이 포함된 실물 앨범을 대거 사들이는 팬덤 효과 덕분이다. 스트레이 키즈도 신보 ‘오디너리’ 실물 앨범이 올해 빌보드 차트 주간 판매량 1위(10만3000장)를 기록한게 빌보드200 1위로 직결됐다.
업계에서는 세븐틴 등 K팝 아이돌들의 영어 싱글 발매가 BTS가 이끈 한류 열기의 또 다른 시험대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해 12월 빌보드 싱글 차트는 음원 다운로드 횟수 중복 집계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기존에는 같은 곡도 1주일 최대 4회까지 중복 다운로드 횟수를 인정해줬지만, 현재는 주 1회만 인정한다. 이 때문에 팬덤의 중복 음원 다운로드에 있어 강세를 보여왔던 K팝 차트 진입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만일 올해부터 BTS 이외에도 싱글 음원으로 유의미한 핫100 성과를 거두는 그룹이 더 나온다면 중복 다운로드 없이도 K팝 그룹들이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대표 사례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K팝 그룹의 빌보드 현지 차트 공략이 국내 음원사이트 점유율과 음악방송 시청률 하락을 가파르게 만들 거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KBS2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등 지상파 3사 음악방송들은 평균 시청률 1% 전후를 기록 중이다. 해외 뿐 아니라 국내 K팝 팬들까지 본방송보다는 이들 방송의 유튜브 방송 클립을 주로 챙겨보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 발표에 따르면 국내 가장 많이 이용된 음악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주 서비스도 아직 멜론(34.6%)이 1위긴 하지만, 2위 유튜브(29.2%)가 턱밑까지 추격한 상황이다. 3위를 기록한 유튜브 뮤직(6.3%)을 합치면 사실상 유튜브로 음악듣는 이용자 수가 멜론을 넘어선다. 이용 비율 차이도 지난 2019년에는 멜론과 유튜브가 16% 이상 차이났지만, 지난해 5%대까지 줄었다. 한 음반사 관계자는 “이미 음반사들도 국내 음원사이트나 음방보단 해외 K팝 이용자가 폭넓게 사용하는 유튜브, 틱톡 등을 홍보 마케팅 주력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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