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위증교사 1심 무죄] 25분간 천국·지옥 오간 시위대
25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위증 교사 혐의 1심 재판 무죄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앞에 모인 시위대 반응은 엇갈렸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뻐했고(왼쪽) “이재명 구속”을 외치던 반이재명 시위대는 조용해졌다. /뉴스1·박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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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5일 오후 1시 48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형사33부 김동현 부장판사가 자신의 위증 교사 혐의에 대한 선고 이유를 설명하는 25분간 이 대표는 피고인석에 앉아 허공을 응시했다. 김 부장판사가 “피고인 이재명은 무죄”라는 주문을 읽자 이 대표는 미소를 띠었다. 이 대표는 퇴정하는 재판부를 향해 고개를 숙였고, 이어 변호인과 악수했다. 서울중앙지법 서관 앞에 도열해 이 대표를 기다리던 민주당 의원 50여 명은 무죄 선고 소식에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이 대표가 법원 건물 밖으로 나오자 의원들이 박수를 쳤다. 이 대표도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경찰 추산 800명이 모인 친(親)이재명 시위대와 1300명이 모인 반(反)이재명 시위대의 희비도 엇갈렸다. “이재명 구속”을 외치던 반이재명 시위대에 무죄 소식이 알려지자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이재명을 감방으로’ 현수막이 걸린 트럭 위 사회자는 “북소리, 노랫소리를 잠시 멈춰 달라”며 “(이 선고는) 미쳤다”고 했다. 그는 “이게 위증 교사가 아니면 뭐가 위증 교사냐”라고 했다.
참가자들은 구호를 멈추고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재판 전 판사들의 이름을 거명하며 ‘이재명 구속’을 확신하거나, 만세 삼창을 하던 모습과는 달랐다. 이내 판사를 향한 욕설이 들려왔다. “사법부가 썩었다” “판사를 구속해야 한다” “재판부 정화해라” 같은 말이었다. 한 남성은 “이제 국민의힘은 믿을 수 없다. 우리 모두 광화문으로 나가자”고 했다. 한 60대 여성은 “이재명이 무죄를 받다니”라며 눈물을 흘렸다. 일부 참가자는 “법원에 쳐들어가자”고 외치기도 했다. “이재명 구속”에 이어 재판부를 규탄하며 “김동현 구속”을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반면 친이재명 시위대는 축제 분위기였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풍선과 ‘이재명 무죄’ ‘정치 검찰 탄핵’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던 이들은 무죄 소식이 들려오자 “와!” 하며 서로 얼싸안았다. “이게 무죄다!”라며 연신 ‘이재명’을 연호했다. 몇몇 지지자는 “판사님, 우리 대표님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하며 손을 붙잡고 춤을 췄다. 한 지지자는 “당연한 무죄를 가지고 이렇게 기뻐해야 하는 거야?”라고 외쳤다. 이 대표의 핵심 지지 세력인 더민주혁신회의 집회에선 “판사님, 정의로운 판결 감사드립니다”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60대 남성은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앉아 두 손을 주먹을 쥐고 흔들며 “살았다! 살았어!”라고 외쳤다. “우리가 이겼다”라고 부르짖는 60대 여성의 모습도 보였다. 이들 중 일부는 “2찍(여당 지지자 멸칭)들 화난 얼굴 보러 가자”며 반이재명 시위대로 향하다가 경찰 제지를 받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가 선고 이유를 낭독하는 25분간 시위대는 ‘천국’과 ‘지옥’을 오가기도 했다. 재판 초반 “김진성씨가 일부 위증을 했다”는 재판부 판단에 반이재명 집회 참가자들은 “오늘 저녁은 잔치 국수” “이재명을 감옥으로!”를 외치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이어 “이 대표의 변론 요지서 제공이 방어권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법원 판단에 친이재명 시위대 측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선고 전에 친이재명 집회 주최 측은 무대 뒤에 걸려있던 현수막 글씨를 ‘근조(謹弔) 사법부’에서 ‘이재명은 무죄다’로 바꿔 걸었다.
경찰은 이날 양측 충돌을 우려해 40여 개 중대 2000여 명을 투입했다. 이날 집회에서 특별히 양측이 충돌하거나 폭행 등으로 연행된 참가자는 없다고 경찰은 밝혔다.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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