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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미·러, '우크라이나 사태' 돌파구 없었지만....·러 "침공은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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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러 전략안정대화(SSD)에서 웬디 셔먼(왼쪽) 미 국무부 부장관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 회담장 국기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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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의 제네바 회담은 협상(Negotiation)이 아니라 논의(Discussion)였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돌파구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회담은 러시아 10만 병력이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한 가운데 열렸다.

미·러는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전략안정대화(SSD)를 갖고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 완화와 러시아·유럽 간 안전보장 문서 채택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8시간 회의를 끝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러 대표가 끈질긴 대화를 나눴지만, 서로의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합의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단,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세르게이 랴브노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어떤 종류의 확대 시나리오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요구는 회담 전과 다름없었다. 랴브코프 차관은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등 옛 소련 국가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절대 가입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필요하다”며 “나토의 비확장 문제와 러시아 접경에서 미사일 배치 금지 보장 없는 회담은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논란은 2008년 루마니아 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을 논의했지만, 일부 회원국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 때야프 데 후프 스헤데르 당시 나토 사무총장은 “언젠가는 우크라이나·조지아가 가입하게 될 것이라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실마리가 됐다. 러시아는 이를 “우크라이나·조지아가 절대 회원국이 되지 않을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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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3면 포위한 러시아군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로한 컨설팅·뉴욕타임스]



미국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다각적 외교 수단을 동원할 뜻을 비쳤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과 가진 전화 브리핑에서 “솔직하고 담백한 대화를 했다. 협상이 아닌 논의였다”며 “서로의 우선순위와 우려에 대해 이해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나의 긴장 완화를 위한 뜻을 보였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에 대한 답을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신 “긴장 완화 없이 생산적인 외교를 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답했다. 또 “미국은 애당초 가능하지 않은 것(Non-starters)을 반대한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고 덧붙였다. 가능하지 않는 것이란 러시아가 요구하는 나토의 동진 금지 확약 등이다. 이에 대해 셔먼은 “미국은 누구도 나토 동맹의 핵심인 개방정책을 닫게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셔먼 부장관은 회담 후 러시아 제재 수단인 대러 수출 통제 조처에 대해 동맹국과 집중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2014년(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뛰어넘는 중대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동맹과 파트너들은 가혹한 비용을 부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주요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 등 초강력 조처를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사후 조치는 이후 열리는 러시아와 서방 간 회담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선 나토·러시아위원회(NRC) 회의가 열리며, 13일엔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러시아 간 회의가 열린다. 셔먼 부장관도 브뤼셀로 이동해 옌스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을 만나는 등 이후 러시아와 회담에 공동 대응할 계획이다.

랴브노프 차관은 “복잡하고 전문적인” 이번 회담에 대해 “미국이 러시아의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깊이 연구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해 협상 여지를 남겼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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